한국축산경제연구원과 본지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함께 지난 21일 서울 성내동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 대강당에서 ‘고곡가 시대 한국축산의 대응전략 모색 심포지엄’을 개최, 정부대책과 해외사례,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대책이 무엇인지 집중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요약했다.
<정리 : 이일호·김영길 사진 : 김길호>
●주제발표 1 / 일본의 사료안정기금 운영현황
마쯔바라 상무이사/(사)전일본배합사료가격, 축산안정기금
희망농가에 한해 자율가입
업체 적립금 손비처리…보전금은 농가 조수익
사료가격차보전사업은 수입원료가격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사료가격 상승으로 축산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축산물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위한 것이다.
의무적인 제도가 아닌 만큼 원하지 않는 양축농가나 배합사료업체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의 배합사료가격차보전사업은 통상가격차 보전사업과 이상가격차보전사업으로 이원화돼 있다.
통상가격차보전사업의 경우 양축농가와 배합사료제조업체의 적립금이 재원이 된다. 양축농가와 배합사료업체의 적립금 비율은 1:2다.
3개월간의 배합사료공급가격이 직전 1년간 평균가격을 넘거나, 직전 3개월간 공급가격의 104%를 상회할 경우 보전금이 지불된다.
3개월 평균 배합사료가격이 직전 1년간 가격의 평균가격(104%)을 넘는 금액이 한도액이다.
한편 이상가격차보전사업의 재원은 정부와 배합사료제조업체의 적립금(1:1)으로 조성된다.
3개월간 6개 주요원료곡물수입가격이 직전 1년간 평균수입가격(수입 원료 기준가격)의 115%를 넘고, 통상보전금액이 수입원료 기준가격의 115%를 상회할 때 교부된다.
통상보전 금액이 수입원료기준가격에 15%를 곱한 금액을 넘어야 하고 통상보전금액이 지불된 경우에 이상보전금이 지불된다.
그리고 보전절차는 (사)배합사료공급안정기구 이사회의 의결과 농림수산성의 승인을 거쳐 교부가 이뤄진다. 일본의 세제상 적립금은 양축가의 경우 필요경비로 인정받고, 사료업체는 손비처리된다. 양축가가 받은 보전금은 조수익으로 취급된다.
●주제발표 2 / 사료산업 정책방향
노수현 과장 /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료곡물 안정확보·조사료 증산 역점
정부는 배합사료가격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선 사료업체에 대한 원료구매자금으로 올해 400억원을 투입했다. 경영능력이나 R&D 투자비율 등을 평가해 우수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로 예정됐던 부가가치 영세율 적용기한도 오는 2014년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아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중에 있으며 할당관세 품목도 지난해 10개품목에서 올해 11개로, 내년에는 21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조사료 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82% 수준이었던 조사료 자급률을 오는 2014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아래 사료작물 생산량을 2배로 확대할 것이다. 이를위해 정부지원 재배면적을 현재 9만3천ha에서 오는 2014년 180만ha로 확대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7.8톤/ha에서 9.4톤까지 늘려나갈 것이다.
사료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될 것이다. 민간업체의 해외사료자원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320억원을 장기저리로 융자했으며 내년에도 같은 규모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도입초기라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국내 대기업 종합상사와 운송업체, aT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출자를 통해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 사료곡물을 조달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중에 있다. 이와함께 사료공장 전문화를 통한 운용효율 제고와 비용절감은 물론 대리점 중심의 사료판매체계 개선, 원료공동구매, 그리고 옥수수와 소맥의 대체곡물 활용방안을 위해 사료업계와 협의해 나갈 것이다.
●지정토론
▲좌장 노경상 원장(한국축산경제연구원)=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장기적으로 상승추세가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사료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은 미비하다. 축산농가가 충격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지속적인 축산을 기대할 수 없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추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지혜와 고견을 담아냈으면 한다.
▲이병모 부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치솟고 있는 사료가격이 농가들을 짓누르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면, 사료가격이 생산비의 8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곡물 수출금지 조치 등을 감안할 때, 대외변수가 국내 시장을 언제든지 흔들어놓을 수 있다. 완충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사료가격차보전사업 등을 통해 상당부분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국내 양돈농가 수가 10년 새 2/3나 줄었다. 특히 중소 양돈농가들은 자금여력 부족, 생산비 가중 등 여러 이유로, 문을 닫거나 대형계열화업체의 위탁농가로 흡수되고 있는 형편이다. FTA가 시행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가 상승에 대응, 그 충격을 완화할 대책이 없다. 일회성 대책이나 수입대체 정책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도 사료안정기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해당사자간 공동협력과 국가차원 지원을 통해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안정기금은 여러 축종이 함께 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안된다고 하면, 양돈만이라도 먼저 시행할 의향이 있다.
▲최윤재 교수(서울대학교)=사료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휴농지, 간척지, 하천부지 등을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 계약재배를 늘리고, 품질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해외 사료자원 개발 역시, 사료가격 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연해주의 경우 면적, 노동력, 운송비 등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 곡물공급 기지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한우의 경우 28개월령 이상 사육하는 것은 과도한 사료비 부담을 불러오게 한다. 고급육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고영양소가 곧 양질사료라는 등식을 떨쳐내고, 사료이용률 개념을 적극 도입, 사료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료업체들은 다품목 소량생산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화돼야 한다. 이와함께 사료안정기금 등 정책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소총과 장총, 즉 장단기 대책을 모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권영웅 부장(농협중앙회)=여러 업체들이 해외곡물 기지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성공사례는 그다지 많다고 할 수 없다. 실패는 훌륭한 교재가 된다. 정부가 이를 묶어서 제공했으면 한다.
특히 정부내 종합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시장조사에 만전을 기하고,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조언했으면 한다. 업체, 농가, 정부 등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꾸려서 재원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생산비 절감은 지속축산을 위해서 반드시 일궈내야 할 과제다. 학계, 협회 등이 최적 경제 출하체중을 끌어내고, 농가들이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육우의 경우 고급육 맛을 유지하면서도, 사육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사료업체들은 원료 구매창구를 정비해 각각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하치장 공동사용이라든가, 장기용선계약 등을 통해 제반경비를 절감해야 한다.
수입관세 국한 사료대책
곡물가·환율 리스크 대응이 관건
사료원료구매자금 효과 미미
최소 매출액 1% 수준 확대돼야
고영양소=양질사료’ 인식 탈피
사료효율 차원 접근 필요
사료업계 품목별 전문성 강화
원료구매창구 재정비도 시급
▲정영세 회장(전국배합사료가공조합장협의회·부천축협조합장)=FTA 관련 사료대책으로는 원료구입에 따른 관세철폐가 전부다. 환율, 곡물가 등 대외변수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FTA 정책 일환으로 수입 사료곡물 가격상승 추세에서 충격을 완화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일본 사료 안정기금이 실패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일본의 사료안정기금이 농협사료로부터 시작된 배경과 그효과는 무엇이고 이후 민간사료업계의 참여과정이 궁금하다. 또 민간사료업체를 참여시키기 위한 정부의 세제혜택과 반응, 결과는 어떠한가. 통상보전제도는 적자임에도 대출을 받아 금년에 양축가에게 지원했다고 하는데 상환방법과 함께 향후 이제도가 지속될수 있을지도 묻고싶다. 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시해 달라.
▲김치영 이사(한국사료협회)=고곡가 시대를 이겨내려면, 옥수수를 대신할 DDGS, 소맥과 같은 대체 원료개발이 시급하다. 아울러, 사료효율을 높이고, 세제를 낮추는 게 대안이 된다.
다만, 세제와 금융의 경우 농가나 민간기업에게는 힘에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사료의 원료구매 자금 300억~400억원만으로는 실질적인 가격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 매출액 1% 수준인 8,000억원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금리 또한 2% 이하였으면 한다. 아울러, 부가세 영세율 영구적용과 사료원료 할당관세를 무관세로 전환해 줬으면 한다.
사료 안정기금의 경우, 결국 쌀 때 모았다가 비쌀 때 푼다는 개념이다. 단기적으로는 꽤 효과적이지만, 현재처럼 변동폭이 클 때는 미비하다. 더욱이 어려운 이 시점에서, 기금적립이 잘 될지 의문이 든다. 일본의 배합사료업계 일각에선 이 제도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유명 경제학자는 "시장에 싸우기 보다는 순응하라"고 했다. 오히려, 기금을 통한 미래대비 보다는 시장에 직접 대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노수현 과장(농림수산식품부)=사료 안정기금이라는 게 한번 걷으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계속 거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농가들이 그만한 돈을 매년 거출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또한 거출했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효율적인 가는 따져봐야 한다. 특히 사료가격이 앞으로도 지속 상승한다고 봤을 때, 안정기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축산업 주인은 농가다.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일정부분 도와주는 수준이다. 업계 역시, 경제적으로 이런저런 득실을 계산하게 된다. 사료가격도 마찬가지다.
해외기지의 경우 단순 생산원가 비용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생산 이후,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나라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해외 축산사료자원 개발 확충 사업에서 정부지원금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지원금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좌장=축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농가를 비롯해 업체, 학계, 정부 등이 사료가격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정부의 한정된 예산과 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마쯔바라 상무이사 답변
日 사료가격차보전사업, 농가 경영안정 큰 힘
한국 제도 도입땐 ‘기금 단일화’ 바람직할 듯
정영세회장 질문의 답변이다. 일본의 사료가격차보전사업은 농협에서 1968년 제일 먼저 시행했다. 당시 민간사료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며 사업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곧 농협을 중심으로 사료시장의 급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1978년 사료가격이 급등하면서 민간사료업계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이를 독려했다. 사료업계와 농가는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이다. 정영세 회장의 지적대로 민간사료업계의 적립금은 국세청에서 모두 손비 처리되는 만큼 큰 부담이 없다.
사료가격차보전사업을 통해 일본의 양축농가들은 사료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
지난 2006년과 2008년 사료가격 급등시 통상가격차보전기금을 소진한 상황에서 올해 또다시 208억엔의 보전금이 지급됐다. 그러다보니 빌려서 보전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부가 보증을 하고 이자도 부담하고 있는 만큼 농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료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다 민간제조업체들 역시 적립금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가재정 악화로 정부도 예산확보가 수월치는 않다. 하지만 양축농가들이 이사업을 희망하고 가입자도 줄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존치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일본과는 달리 기금을 단일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기금운영을 위한 예산은 농가와 사료회사의 도움으로 충당하고 있다. 적립금을 경비로 쓰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도는 물론 조직의 단순화도 필요하지만 그 도입여부나 운영방법은 어디까지나 한국 축산업계가 결정할 문제다.
일본의 사료업계가 이사업을 비관적으로 보고있다고 하는데 내가 속한 조직의 이사장이 현직 사료업체의 대표인데다 예산도 사료업계가 부담하고 있다.
이 사업을 원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이는 농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