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제한구역 지정 사실상 축산업 자체 규제 행위
전남 보성군이 최근 환경부의 권고안에 따르겠다며 가축사육제한 구역을 대폭 확대하는 지방조례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했다.
거리제한의 기준이 되는 ‘주거지역’의 정의를 기존 ‘10호 이상의 인가’에서 ‘5호 이상의 가구’로 조정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가축사육제한 구역 지정을 위한 거리제한. 보성군이 현행 지방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축사육제한구역은 주거지역에서 최대 500m로 환경부의 권고안과 같다. 하지만 보성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권고안을 무시한 채 700m까지 확대했다.
오로지 규제강화만을 목적으로 환경부 권고안까지 ‘입맛’ 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권고안에 따라 가축사육제한 구역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하위법령서 자급률 감안 명확한 기준 제시를
지자체 ‘축산보호’ 동기부여할 세제개선 절실
깨끗하고 냄새적은 환경으로 주민 거부감 해소
◆축산 보호이유가 없다?
지방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지자체의 한관계자는 “솔직히 민선단체장이나 의회입장에서 관내 가축사육농장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축산업이 농촌경제의 주축이고, 단백질식량공급원이라는 점은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지방재정에 별 도움은 안되고 각종 민원발생이나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존재일 뿐”이라며 “FMD 사태는 축산업 규제를 주저해온 지자체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제시해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농림수산업 생산액의 40.2%를 차지하는 농촌경제의 핵심이자, 단백질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반드시 사수돼야 할 축산업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자체의 가축사육 규제 추세에 대응키 위해서는 지방조례의 남용을 차단하고 축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우선 주거밀집지역으로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가축사육 제한이 가능토록 규정, 지방조례의 근거가 되고 있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이하 가축분뇨법) 의 손질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축분뇨를 관리하고 이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그 취지를 넘어서 어느 법령보다 강하게 축산업 자체를 규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양돈협회의 한관계자는 “축산업 규제는 상위법인 ‘축산법’내에서 명확히 그 범위와 조건은 물론 지원대책도 함께 제시돼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제한기준 보다 명확히”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지역’, 이른바 주거와 상업과 공업지역에서만 사육 제한이 가능토록 가축분뇨법 시행령이나 규칙에서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경우 환경부의 가축사육제한 구역 권고안 논란도 자연히 해소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축산선진국인 유럽에서도 도시지역 경계선으로부터 일정거리를 두는 형식으로 가축사육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이미 악취관리법이 시행중인 만큼 생활환경에 문제가 되는 경우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사육을 제한할수 있는 상황에 지방조례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이중규제”라면서 “더구나 엄연히 농업의 한 품목에 포함돼 있는 축산을 뚜렷한 근거없이 환경오염 시설로 몰아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는 행위는 위헌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종 법적 독소조항을 이용, 축산업 규제를 시도하는 행위를 이번 기회에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헌법소원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헌법소원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지방조례를 통한 가축사육제한 추세를 고착화시킬 위험성도 있는 점을 감안, 관련부처간 협의를 통해 축산업 자급률 유지가 가능한 현실적 권고안을 마련해 지자체가 수용토록 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어떠한 형태로든 ‘가축분뇨법’에 대한 엄격한 해석과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지자체에 동기부여를”
축산업과 축사시설에 대해 지자체나 주민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이 해소될수 있도록 자구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축산경제연구원 노경상 원장은 “지방세였던 도축세 폐지가 양축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는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축산업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는 문제점도 야기되고 있다”며 “지자체가 축산업을 보호할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세로 분류돼 있는 축산소득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와함께 양축농가 개개인이 보다 깨끗하고 냄새가 적은 사육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런점에서 최근 축산업계에서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친환경축산 및 나눔운동에 대한 관심과 농가들의 동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축산업계의 한 원로는 “축종별로 규제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지방조례는 국내 축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 만큼 축산업계 모두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축산업계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