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돼지 1/3이상 살처분…수입육 시장 잠식 가속화
보상금·백신논란 여전…FTA 등 초대형 악재도
올 한해 국내 양돈산업은 FMD로 시작해, FMD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재발한 FMD로 인해 전체 사육두수의 35% 수준인 331만8천여두(2천113농가)의 돼지가 살처분을 당하며 국내 양돈산업을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돼지가 사육돼 왔던 경기도가 초토화되면서 양돈지도를 바꿔놓았을 뿐 만 아니라 이상가격 형성과 수입육 급증에 따른 시장잠식, 그리고 살처분 보상금 논란에 이르기까지, 양돈산업에 대한 후폭풍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돈가 8천500원까지
실제로 돼지가 대량 살처분되면서 출하두수가 급감, 전국 도매시장의 돼지평균가격이 지육kg당 8천500원까지 치솟는 등 올초부터 사상 초유의 고공행진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는 가뜩이나 물가상승으로 인해 여론의 압박을 받아온 정부로 하여금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 무관세로 돼지고기를 수입토록 하는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정부는 그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자 항공료는 물론 손실까지 일부 보전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냉장삼겹살 수입을 유도, 국내 양돈업계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시장과 정치권에서 조차 “수출국과 수입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따라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 올들어 11월말까지 34만5천700여톤이 들어왔다.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이 가운데 24만톤이 무관세 적용을 받았다.
더구나 초고가의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들이 수입육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데다 정부와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수입육을 홍보하는 ‘기현상’ 이 벌어지면서 수입육에 의한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
FMD는 돼지고기 뿐 만 아니라 종돈 부족사태도 가져왔다. 이같은 현상은 살처분농가들의 재입식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심화, 번식용씨돼지가격(F1)이 ‘부르는게 값’ 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귀하신 몸’이 되기도 했다.
#‘할당관세 수입’ 빌미
정부는 이에따라 MMA(최소시장접근)물량을 두차례 걸쳐 증량, 8천두까지 늘린데 이어 F1에 대해서도 긴급 할당관세 적용 방침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친데다 위험부담으로 인해 수입 F1 대신 비육암퇘지(F2)를 입식하는 추세가 만연하면서 질병전파와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FMD 백신접종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긴급백신 초기,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데 이어 유사산과 증체율 저하라는 백신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접종을 기피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미접종농가에 대해 과태료 처분에 나서고 있지만 백신접종을 하고도 항체양성률이 기준치(60%)를 밑도는 사례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와 양돈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FMD 살처분 농가에 대한 보상금 지급도 올해 양돈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보상금 산정 기준과 평가방법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농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보상금 지급이 올해를 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해당농가의 어려움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FMD에 가려져 그 파괴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올한해는 국내 양돈산업의 대내외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는 시기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사료값 30% 올라
우선 한-EU FTA가 지난 7월 발효된데 이어 얼마전에는 한-미FTA 마저 국회비준이 이뤄졌다. 시장전면개방 이라는 양돈업계의 우려가 본격적으로 현실화 되는 원년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환율변동으로 배합사료업계가 가격을 30%가까이 인상하면서 농가들의 근심은 이래저래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7월부터 시행된 사료내 항생제 첨가가 금지조치도 양돈농가들에게는 부담이 아닐수 없다.
특히 환경부가 내놓은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기준 권고안은 양돈장을 중심으로 한 일선지자체의 축산규제 강화 추세를 부채질하면서 이제 사육기반 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9월부터 한달반에 걸친 해양배출업계의 파업사태는 2012년 해양배출 중단을 계기로 양축현장에서 벌어질 대혼란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양돈업계에 큰 충격과 우려를 던져주기도 했다.
다만 돼지고기의 등급 구분을 간소화, 육질등급간 변별력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축산물등급판정기준의 개정이 이뤄지고 ‘양돈자조금’ 이 ‘한돈자조금’으로 변신하는 등 소비자중심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위해 ‘득’ 보다는 ‘실’이 많은 한해였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