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물약품 산업 역시 FMD를 빼고서는 말하기 어렵다.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커졌다고 하지만, 그냥 숫자놀이에 불과할 뿐이다. FMD 백신, 소독제 등 정말 일부 FMD 특수를 제외하면, 온통 마이너스를 보였다. 업체들이 보통 매출 15~30% 떨어졌다고 하면, “선방했네”라고 할 정도다. 거기에다 원료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경영여건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해진다. FMD 말고, 동물약품 시장을 뒤흔든 일이라고 하면, 두말 할 것 없이 배합사료용 항생제 금지다. 그 충격은 컸다. 항생제대체제라든가, 필드용 항생제가 주목받았다.
배합사료용 항생제 금지 ‘최대 분수령’
경영여건 악화…시장규모 소폭 늘었지만 “외형일 뿐”
FMD백신 국내생산 목표 야심찬 출발…발걸음은 더뎌
친환경 항생제대체제 봇물…필드용 항생제 고개 들어
◆소독제 ‘활짝 웃었다’
올들어 8월 현재 소독제 판매액은 400억원을 넘어섰다. 연말에 가서는 500억원을 충분히 넘어설 기세다. 지난 수년간 200억~250억원 사이에서 맴돌아 왔던 것을 감안할 때, 두배 이상 파이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FMD가 확산되면서, 소독제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방영당국에서는 앞으로 FMD 효력시험을 하지 않으면, FMD 소독제로 허가가 불가능해 진다는 ‘FMD 등 소독약품 효력시험 방안’을 내놓았다. 업계는 소독제 공동실험을 통해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했다.
◆FMD 백신 ‘업계 지도 바꿨다’
인터베트(MSD), 메리알 두 업체는 FMD 백신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한 품목을 가지고 백억원 이상 팔았으니, 매출액 면에서 단숨에 동물약품 업계 선두기업으로 뛰어올랐다. 백신공급 초기에는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업체들은 이리저리 세계각국을 수소문해 FMD 백신을 끌어모았다.
하반기에는 메리알의 경우, 본사차원에서 다른 나라 FMD 백신 공급물량이 몰려 국내 공급에는 빠지고, 인터베트가 독점하는 형국이 됐다. 9월부터는 3가(O형, A형, Asia1형 바이러스 혈청형) 백신이 전격 투입됐다.
◆FMD 백신 국내생산 ‘FMD가 준 선물?’
FMD 백신의 경우, 내년만 봐도 정부지원 예산이 400억원이다. 여기에다 전업농 이상 자부담까지 있으니 시장규모가 대략 600억~700억원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그림을 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생산으로 FMD 백신을 대체하려고 한다. 당장은 항원과 부형제를 들여와, 완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꼴이다. “이것이 과연 국내생산인가”라고 눈초리를 보낼 수 있지만, 그래도 FMD를 통해서 건진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그냥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올해 그렇게 많이 회의를 했지만, 진척 속도가 꽤 늦다.
◆FMD 후유증, 마커백신 ‘유보’ 써코백신 ‘주춤’
사실 올해 국내 메이커들이 가장 기대했던 시장은 돼지열병 마커백신이다. 127억5천만원이라는 예산까지 잡혀있었으니 메이커들은 그 매출이 당장 손에 들어올 거라 여겼다.
5개 국내 백신메이커가 나눠먹기식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한 업체당 대략 25억원씩은 떨어질 수 있는 큰 금액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FMD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결국, 마커백신 사용은 유보됐다.
지난 수년 새 한창 주가를 올렸던 써코바이러스 백신 역시 FMD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00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하지만, 1분기는 그냥 보냈다. 농장은 물론이고, 지자체 담당자 등이 써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결국, 2분기 쯤에나 문이 열렸고, 주문 전화벨도 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시장은 하반기 안정을 찾으면서, 전년대비 80% 가량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수출 ‘1억달러 고지가 보인다’
지난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수출은 올해 활기를 찾았다.
7월까지 600억원. 드디어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1억 달러(1천100억원)’ 수출이 손에 잡힐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이 이제 내수시장은 포화에 이르렀다고 보고, 해외시장에 매진한 결과다. 올해는 동남아시아에서 벗어나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시장확대에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백신 등 고부가치 제품이 활로를 열어제끼기도 했다.
농식품부 등 관계당국은 다양한 수출지원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배합사료내 항생제 사용금지, ‘위기이면서 기회’
7월 1일부터는 배합사료용 항생제를 쓸 수 없게 됐다. 수년전부터 예고된 일이었지만, 정말 오고야 말았다.
우선, 사료업체에 항생제를 납품하던 동물약품 업체들이 큰 매출손실을 입었다.
업체들은 식물추출물, 광물질 등 항생제대체제를 꺼내들었다. 특히 박테리오파아지, 유기산제 등은 올해 사료업체들에 공급되며, 항생제가 빠진 빈 자리를 상당부분 채웠다는 평가다.
한켠에서는 무항생제 축산, 친환경 축산 붐을 타고, 농장용 항생제대체제 시장이 포문을 열었다. 또한 FMD 발생을 막으려는 노력 일환으로 면역증강제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항생제는 농장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실제 농가들은 질병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항생제 사용을 증가시키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