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삽겹살 소매가격 kg당 2만원까지…지갑 ‘꽁꽁’
‘물가안정’ 명목 수입산 돈육 26만톤에 할당관세
도축장 경영악화 심각…정부, 거점도축장 5개 선정
FMD라는 태풍은 국내 축산물 유통시장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사상최대의 돼지가 매몰됨에 따라 가격도 심하게 요동쳤다. 공급물량 감소와 내수 경기 침체가 겹친 가운데 소비까지 급감되면서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아직도 유통업계는 FMD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내년 전망조차 밝다는 전문가들이 드물다.
#치솟은 국내산 돈육가격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1차 육가공업체 사이에선 수입산까지 취급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들의 국내산 냉장육 주문 전화도 거절하는 사례까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돼지 지육가격이 kg당 8천원에 육박하고 삼겹살 소매가격은 kg당 2만원선을 넘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꽁꽁 얼어붙었다. 육가공업체들은 물량 부족과 고돈가로 인해 가동시간을 줄여야 했고 일자리까지 잃는 사태도 벌어졌다. 2차 육가공업체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원료육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가공품 카테고리를 늘리고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냉동수입육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검수인력을 늘리기도 했다.
#수입육 쏟아져
이러는 동안 국민들의 시선은 일제히 ‘금겹살’에 향했다. 돼지고기 값이 출렁거려도 마땅한 대책조차 강구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소비자를 위한 물가안정이라는 대의(?)를 명분으로 정부는 상반기에만 냉동삼겹살 5만4천톤, 육가공원료육 5만톤, 냉장삼겹살 2만톤 등 총 13만톤, 그리고 하반기 13만톤 등 총 26만톤의 수입돈육에 대해 할당관세라는 사상 초유의 혜택을 부여했다. 나아가 민간업자가 수입한 냉장삼겹살을 aT를 통해 다시 사들여 대형마트와 정육점 등에 되팔기도 했다.
이런 국내 사정에 외국의 돈육생산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미국, EU, 칠레 돼지고기 생산자단체들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유례없는 홍보행사를 전개했다. 그동안 수입돈육을 매장에 걸지 않았던 대형마트들도 FMD를 계기로 수입산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고집하던 식당조차 수입산 돼지고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FMD 여파 도축장 경영악화 몸살
한편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은 올해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FMD로 경영악화가 심해졌지만 구조조정자금을 통해 문을 닫은 업체는 원창기업과 다원미트, 창기산업 등 3곳에 불과했다. 2009년부터 따져도 영월축산기업, 신원, 태정산업, 낙원산업, 미소울 등 5곳을 포함, 모두 8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특히 올해 5개의 거점도축장을 선정했다. 86개의 도축장 중에서 스스로 시설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만 추려 36개 수준까지 줄여 보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도축업계 한쪽에선 수송거리가 길어지고 그만큼 가축질병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추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처럼 도축가공업계가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 육가공공장과 도축장들은 구조조정과 축산물 수급불안정에 따른 몸살을 앞으로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 이제는 생산, 도축, 유통, 가공이 딴 몸이 아니라 한 몸임을 잊지 말고 대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개방시대를 맞아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 가격구조와 시장이 안고 있는 한계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는 임진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