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가수요로 수입 증가…국내돈가 10% 안팎 영향 전망
시장왜곡 우려…‘5천500원’ 정부 목표가격도 논란
육가공품 원료육으로 사용되는 전지와 후지, 등심 등 소위 비선호부위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보다 3만9천559톤(16.3%)이 줄면서 국내산 원료육 사용비율을 높이려는 육가공업계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른바 국제돼지고기 가격도 상승, 육가공품 가격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정부로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따라 내년 상반기 돼지고기 공급안정을 위해 1/4분기에 삼겹살 5만톤, 육가공용 원료육 2만톤 등 모두 7만톤을 할당관세로 수입키로 했다. 각각 국내 소비량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와함께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안정시까지 돼지고기 군납물량을 타육류로 대체하되 도매시장에 대한 돼지출하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물량할당과 인센티브 제공까지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와 관련단체, 농협중앙회, 업계(브랜드경영체 및 계열업체 등)으로 구성된 가격점검 협의회 구성, 지육 kg당 5천500원이하로 국내 돼지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매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가격안정대책 목표가격이 지육kg당 5천500원이 된 셈이다.
가정 소비중 10%가 수입육
할당관세 돼지고기 수입은 어떤 형태로든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돼지고기 수입에 가수요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돼지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처음 할당관세 적용당시만 해도 수요 보다는 도매시장의 돼지출하물량에 의해 좌우되는 국내 돼지가격 체계에 따라 정부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돼지고기 수입이 예상수준을 훨씬 넘어서며 전체적인 돼지고기 공급량이 넘쳐나고 이는 곧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이번에도 국내 돼지10%안팎, 지육kg당 500~800원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가 한돈자조금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국내산돼지고기 시장 전망 및 중장기발전방안 연구’ 결과 올 2~9월까지 할당관세로 인해 당초 전망치 보다 돼지고기 수입은 8.8%가 증가, 국내 돼지 지육가격은 11 .1%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추가 할당관세 돼지고기 수입이 가져올 파장은 단순히 국내 돼지가격 하락 수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전 할당관세 운용을 계기로 가속화되고 있는 수입육의 시장잠식 추세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형육가공업체의 한관계자는 “올해 식당을 중심으로 한 외식시장은 물론 가정용시장에서도 수입육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특히 4~5%에 머물던 수입육의 가정용 소비비중이 올해 10%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원자재가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외식시장과는 달리 가정용소비시장의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않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장 개입 최소화’ 기본도 무시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사육두수가 회복, 내년 4/4분기에는 생산비이하의 돼지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수입육의 시장잠식은 더 큰 폭의 가격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육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지 않을 경우 FMD 이전의 사육두수를 회복할 경우 국내산 돼지고기의 공급과잉추세가 상시화, 양돈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원료육 수입으로 국내산 비선호부위의 적체 현상이 심화, 결과적으로 삼겹살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양돈업계는 물론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이번 방침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농업경제학자는 “시장왜곡으로 인한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무시됐다”며 “국내경제 전체를 생각했다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신중히 이뤄져야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돼지가격의 연착륙을 유도, 정부개입에 따른 시장왜곡의 가능성을 최소화 하면서 가격 폭락사태를 빚고 있는 한육우나 오리고기 등의 대체육 소비를 진작시키는데 정부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물가상승으로 악화된 국민여론에만 신경쓰다보니 국내 양돈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정부의 관심사에서 아예 배제가 됐다는 비난도 이러한 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식육유통업계의 한관계자는 “구조적으로 할당관세 조치는 돼지고기 수출국과 수입업체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돼지가격 안정이 목적이었다면 국내 육가공업계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소비자들의 국내산 구입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대체육 소비로 풀어야
각종 원자재가격이 인상된 반면 첫 할당관세 당시 삼겹살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500g당 1만원에서 훨씬 더 낮춰진 정부가 제시 목표가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어떤 방법으로 산출됐는지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없는 가운데 정육 소비자가격이 아닌 지육가격을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당장 내년하반기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하한가격 제시와 함께 이가격 이하로 돼지가격이 떨어졌을 경우 정부 대책도 제시하라는 양돈업계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전망이다.
대한양돈협회 김건호 부회장은 “FTA시대하에 정책자금을 지원, 양돈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관세철폐시 자율경쟁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정부 기본정책과도 상반되는 조치”라며 “당장 물가상승에 따른 여론의 압박을 회피하기 위한 근시안적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호 부회장은 이어 “국산돼지고기 공급부족의 경우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축산물로 대체를 적극 추진하면서 올하반기 예상되는 돼지가격 하락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