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희진 원장 (축산물HACCP기준원)
포장유통 따른 부정유통 방지…유통단계 축소·관리비용 절감
지난 16일 농협부천축산물공판장에서 농협중앙회가 한우 부분육 경매사업 참여를 공식선언하는 선포식이 있었다.
농협 측은 이번 경매참여를 통해 부분육 경매시장을 대폭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2020년 10만두 상장을 목표로 한우고기 부분육 유통시장 주도권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부분육 경매 방식은 기존의 지육경매와 달리 등심, 우둔, 설도 등 부위별로 진공포장하고 등급, 무게, 부위, 원산지 등 필요한 정보를 표시한다. 경매장 전광판에는 해당 부분육에 대한 각종 정보가 뜨고 원하는 상품에 입찰하는 방식이다.
축산물은 고단백 식품이라 잘 부패하며 생산·유통 과정이 길어 위생과 부정유통이 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부분육 경매가 이루어지면 포장유통 체제가 가능해져서 위생·안전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포장에 원산지, 품종, 등급, 도축장명 등을 표시토록 하여 부정유통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유통단계 축소와 운반, 보관, 재고관리 등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우리 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부분육 경매를 통한 육류포장유통 의무화를 주장해왔다. 이번 농협중앙회의 부분육 경매 참여는 육류유통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경매제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의 경우 부분육 경매와 포장유통이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도축·가공시설과 유통망까지 확보한 축산물 대형팩커(Packer)가 농가 또는 생산자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고품질의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형태가 많다. 농가가 주축이 돼 협동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는 덴마크의 데니쉬 크라운, 민간자본이 중심이 되는 브라질의 JBS, 미국 타이슨, 칠레 아그로수퍼 등의 기업형태 팩커가 글로벌 시장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들이다.
올 한해 축산계의 가장 큰 이슈는 FMD 등으로 인해 잃어버린 축산 산업의 신뢰회복과 한·미, 한·EU FTA 체결로 인한 시장 개방이었다. 따라서 가축사육 농장의 차단방역을 강화함은 물론 위생·안전의 신개념인 HACCP을 활성화하여 우리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해외 축산물과의 동등한 경쟁에 대비하여 유통구조를 개선(부분육 경매, 육류 포장유통 의무화 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획기적인 축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축산업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민간의 의식 변화와 민첩한 시장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 육류경매제도에 전환점을 마련한 농협중앙회의 부분육 경매 참여는 육류유통 선진화와 우리 축산의 글로벌 스텐더드 확립에 큰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