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안정 위해 가격결정구조 합리적 개선을
소비자 니즈 파악…'신선육 가공산업' 재도약
긴 어둠의 터널 끝에 마중 나온 따스한 빛은 나를 반겨주고 있다. 그런데 왠지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원하고 원했던 품이건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FMD라는 재앙 속에서 너무 긴 시간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 빛의 품으로 완전히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걸음, 그 걸음이 너무도 힘겹기만 하다. 다른 그 어떤 새해보다 2012년의 첫 걸음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FMD 여파 고돈가…업계·소비자 고통
2011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몸부림의 한 해였다”라고 말하고 싶다. FMD의 파고는 생각이상으로 높고 험했다.
지난 12월에는 처음으로 도축두수가 100만두를 넘었다. 2011년 전체로 보면 전년 도축두수에 약 80%수준으로 돼지 출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로 인한 사상 유래 없는 고돈가는 신선육가공업체에 뼈를 깎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경남 김해공판장에서는 지육단가가 1kg에 1만1천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지간한 육우보다도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풀린 셈이다.
공공연하게 돼지고기가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대형할인점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100g당 3천500원까지 올랐었다. 옆 진열장의 수입 쇠고기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식당에서는 1인분에 8천~9천원 하던 삼겹살이 1만1천~1만2천원까지 치솟았다. 너도나도 비싸서 못 먹겠다 아우성이었다. 정부는 돼지고기 수입으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산으로 부족한 국내산의 공급량을 메우려 했다. 그 결과 2011년도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18만톤에 비해 약 200% 증가한 37만톤으로 기록됐다. 그 중 수입산 삼겹살의 공급량은 지난 12월까지 14만톤으로 이는 국내산 삼겹살의 공급량을 초과하는 물량이다. 초유의 사태이다. 시간이 걸리긴 하였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돼지고기로 소비자 물가를 안정화 시키는데 어느 정도는 기여 한 듯 보인다.
하지만 성공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일반적인 시장논리에서 접근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공급량이 줄었으니 그 양을 늘리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만큼 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돈육산업의 가격결정 시스템의 문제에 있었다.
가격결정 구조 문제로 시장가격 왜곡
합리적인 가격결정은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가격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할 때 시장은 왜곡되고 그로 인해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경쟁력을 상실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 돈가는 도매시장의 경락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락가가 국내 돈육산업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하나는 박피의 가격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산업과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돈육산업의 90% 이상은 탕박으로 작업을 한다. 그런데 박피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왜곡된 시장 가격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표본의 수이다.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도매시장 박피두수는 전체 두수의 3~4% 내외에 불과하다. 출하두수를 누군가 통제하면 수요와 전혀 상관없이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생산한 돼지고기를 살 고객은 없는데, 돼지를 구매하는 가격은 높기 때문에 신선육가공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해 보인다. 정부의 돼지고기 수입이 가격안정을 빠르게 가져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소비자가 국내산을 기피하게 되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돼지고기를 국내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하기는 힘들다. 결국 수입산에 그 자리를 뺏길 수 밖에 없다. 여론조사 기관인 TNC의 가구 내 구매행동 소비자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산 돼지고기를 먹어 온 약 10% 정도의 사람이 수입육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가격결정을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대책 또한 도출된 바 있다. 정부, 생산자 단체 및 신선육가공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바른 방향으로의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올 평균 돼지 지육 kg당 5천500원 수준
12월 현재 돼지사육두수는 약 800만두 정도로 예상된다. 올 2월에는 840만두 정도로 FMD 전인 2010년에 비해 88%정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이후 회복속도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정 P&C 자료에 의하면 상반기 지육단가는 약 6천원 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예년과 달리 여름철을 포함한 2분기 이후 돈가는 4천500~5천500원 선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의 예측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가장 큰 이유는 FMD 이후 모돈의 재입식이 시작된 2011년 4~5월 이후 속도가 가속화 되면서 출하두수가 예년 수준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계절성 요인에 의한 가격영향보다 공급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평균 돈가를 5천500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이유이다. 2011년도 특수한 환경아래에서 형성된 돈가에 비하면 낮다. 그러나 출하두수가 비슷한 평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도매시장의 가격이 출하물량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도매시장 출하두수는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도매시장 박피두수를 보면 1998년 30.5%, 2004년 10.9% 그리고 2011년 현재 3.4%에 불과하다. 올해에도 도매시장의 규모축소로 인해 출하두수는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가격결정 시스템이 하루속히 도입되지 않는다면 신선육가공업체의 내년 사업전망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FTA로 수입육 ↑·도축장 구조조정 급물살
한미 FTA, 2012년 대내외 환경 변화 중 우리에게 가장 큰 이슈이다. 당장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부분은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예상했을 때, 평년보다 더 많은 양의 돼지고기가 수입될 것이다. 칠레산의 경우 올해 약 5% 수준에서 관세가 적용된다. 관세가 낮아진 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EU FTA로 인해 유럽산 돼지고기의 수입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에서도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입육의 오퍼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이는 수입량 증가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할당관세의 재논의 가능성과 관세율의 인하는 우리의 환경을 좋게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축장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1년은 도축장의 어려움이 무엇보다 심했던 한 해였다. 생산두수 감소에 따른 도축두수의 급감이 도축장의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주었다.
자연스레 경쟁력이라는 명목 하에 도축장의 수적인 축소와 거점 도축장으로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거점 중심으로의 도축장 구조조정으로 생축과 지육의 관외 반출 문제가 쟁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소매단계 육질등급 표시의무화와 돼지고기 생산이력제 또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다. 거대규모의 외국기업과 싸워야 되는 환경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길 만이 우리 돈육산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한 정확한 기준정립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육가공업계 탈피 새 수익모델 개발을
신선육가공업체의 숙제는 수익모델 구축에 있다. 힘들겠지만 돈가에 의존하는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돼지를 단순히 부분육으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형태는 더 이상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 사업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서 그에 대한 댓가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소비자는 맛있고 안전한 고기를 원한다. 맛과 안전은 생산단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축, 가공 및 유통단계 전반에 걸쳐 어떻게 하면 안전과 맛을 담보할 수 있는 고기를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부가가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고기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고단백부위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저지방부위’라는 명칭을 ‘고단백부위’로 바꾸기를 희망한다. 실제로 등심, 안심, 뒷다리는 지방이 5% 이내로 매우 적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더 많다. 우리는 이렇게 좋은 부위를 가지고도 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1.5차와 같은 제품의 개발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기대한다.
필자는 이번 원고에서 ‘1차 육가공산업’을 ‘신선육가공산업’으로 이름을 바꾸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1차 육가공산업은 산업분류 상 ‘포장육처리업’이다. 포장만 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산업환경에서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어렵다. 단순 해체 포장만을 하다 보니 돈가의 등락에 울고 웃을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포장육이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벗어나야 한다. 산업의 영역을 다시 정의하자. 2012년에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환경에서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희망을 말하자.
문성실 원장 <선진미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