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최규 연구관(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지난해 FMD 발생은 규모와 확산속도 면에서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FMD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수많은 가축을 매몰하고, 그동안의 모든 방역경험을 다 쏟아 부었지만 FMD의 확산속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가축 희생을 줄이고, 축산업 자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전국적인 긴급 예방접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전국적인 긴급 예방접종 이후 단기간에 FMD의 발생은 급격하게 감소됐고, 현재는 임상증상을 나타내는 발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발생 감소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정기적인 예방접종이 지속될 전망이다.
첫째 내적으로는 아직도 바이러스 전파원이 될 수 있는 잠복감염 가축(즉 캐리어)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며 둘째, 외적으로는 우리나라 주변국에서 FMD의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새로운 FMD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철저한 예방접종을 통해 FMD가 발병,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FMD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수성 있는 가축집단에 일정수준의 면역이 유지돼야 하는데, 질병 역학자들은 집단 내의 80% 이상 개체가 면역이 돼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FMD 예방접종 이후 소는 항체 형성이 잘되는 반면에 돼지는 항체 형성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양돈농가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FMD 백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FMD 백신은 FMD 바이러스를 대량 배양해 불활화(사멸)시킨 다음, 농축 및 정제과정을 거친 바이러스 항원과 오일 성분의 보좌제(adjuvants)를 혼합시킨 불활화오일백신이다.
항원 정제과정 중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생겨나는 비구조단백질(NSP)이 제거되고 구조단백질(SP)만 남아있기 때문에 예방약을 접종한 동물에서는 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만 형성되고, 비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는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에 야외 FMD바이러스가 감염돼 바이러스가 증식된 경우에는 감염동물의 체내에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생겨나는 비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같이 형성된다. 따라서 이 비구조단백질에 대한 항체검사를 함으로써 백신 항체와 야외감염 항체를 구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야외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를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긴급 백신 이후, 정기 백신에도 일반적인 정기 예방약의 항원량(3PD50)이 아닌 긴급백신 수준의 항원량(6PD50)을 포함시켜 백신의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백신의 효과는
FMD의 경우, 성축에서는 폐사율이 높지 않지만 어린 가축에서는 폐사율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예방접종을 통해 모돈에 면역이 생기면 초유를 통해 모체이행항체가 새끼에게 넘어가서 새끼가 발병해 죽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소와 같은 반추류는 FMD에 감염돼 회복돼도 체내에 장기간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바이러스는 전파하는 감염축 즉, 캐리어가 발생하는 것을 줄여준다.
결론적으로 FMD 백신은 발병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바이러스 배설에 따른 질병의 전파를 막아주는 것이지, 감염 자체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철저한 예방접종을 통해 가축을 보호하되, 예방접종과 상관없이 FMD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면역수준이 낮은 일부 가축이 감염/발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평상시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는 차단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