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탈출구…경기 침체에도 활기 예상
내수시장 울타리 탈피 새로운 도약 준비를

국내 축산업 사상 최대의 재앙으로 기록될 지난해의 FMD와 AI는 수조원대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여 우리나라 축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도 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내 축산업은 외형상 점차 회복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비준됨에 따라 축산업의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으며, 또한 EU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2012년도 경기전망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2011년도 동물약품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린다. FMD와 AI 여파로 가축 사육두수가 감소함에 따라 대부분 동물약품의 판매가 감소한 반면 방역용 소독제와 정부의 백신정책에 따른 FMD백신의 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11년 11월까지 집계된 수입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제조업체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해외에서 도입하는 원료의 수입금액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9천303만8천 달러였으나, 완제품의 수입금액은 FMD 백신 수입증가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한 1억373만8천 달러가 수입되었다.
2011년 10월까지의 내수 판매 동향을 보면 전년대비 467억원(11%)이 증가한 4천612억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전년대비 FMD백신이 395억원, 소독제가 16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동물약품의 내수판매는 88억원이 감소하였다.
국내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동물약품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1년 10월 까지 전년대비 36% 증가한 888억원을 수출하였는데, 완제품은 11%, 원료는 63% 증가하여 원료의 수출금액이 획기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내수시장의 관건은 무엇보다 가축 사육두수의 회복과 축산물 가격에 달려있다.
통계청의 2011년 3분기 가축 사육두수 자료를 보면 한육우는 전년 동기 대비 3.2%, 닭은 0.6% 정도 사육두수가 증가하여 FMD 발생 이전으로 회복되었으나, 330만두나 살처분을 한 돼지의 경우에는 전년 동기대비 21.4% 감소한 778만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행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4분기에 돼지 사육두수가 800만두를 넘어서는 등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축 사육두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축산물 가격이 안정된다면 내년도 동물약품 내수판매는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방역사업의 핵심인 700억 원대의 FMD백신을 필두로 생물학적제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에 항생물질 사료첨가제와 소독제의 판매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수시장에 있어서 다국적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FMD백신 국내생산과 맞물려 국내기업들의 내수시장 수성 전략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수출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물약품 수출금액은 2007년 이후 연평균 35%의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위기로 내년도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수출 확대에 부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국내 동물약품의 수출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완제품 제조업체에서 수출시장 개척활동을 꾸준히 추진하여 수출 저변이 확대된 점, 원료 동물약품인 라이신의 수출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은 세계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시장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지난 겨울 혹독하게 FMD와 AI를 겪은 후 정부는 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대책을 마련하여 축산업의 틀을 새롭게 짜고 있다.
동물약품업계에서도 한계에 다다른 내수시장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동물약품산업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와 함께 수출시장 개척 및 중장기 발전대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 재평가, 수의사처방제, KVGMP 선진화 등 다소 부담스러운 현안도 많이 있지만 2012년은 동물약품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곽 형 근 부회장 <한국동물약품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