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소비부진 극심·출하증가…가격하락폭 예상보다 커
정부 수급전망 빗나가…무관세 돈육수입 논란 가중
돼지가격이 폭락했다.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이제 생산비도 건지기 힘든 실정이다. 양돈농가들의 우려와 반발을 무시한채 돼지고기 가격을 잡겠다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수입돼지고기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한 정부의 수급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전국 13개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가격은 지난 11일 4천원대로 내려앉은 뒤 연일 하락하면서 14일에는 4천374원까지 떨어졌다. 9일 가격이 5천379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새 무려 지육kg당 1천원이 넘는 폭락세를 보인 것이다.
15일에는 4천654원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생산비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추세는 경기침체로 인한 극심한 소비부진에서 기인됐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가격파동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한우소비촉진사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며 돼지고기 소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돼지출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하락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구정설 명절을 겨냥한 육가공업계의 물량확보도 끝난데다 설이후 2주 정도는 모든 축산물 소비가 감소하는 시기인 만큼 내달 중순까지 돼지값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설 직후엔 4천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방침으로 돼지고기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상반기 돼지고기 공급부족으로 인해 고돈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국내 돼지가격을 지육kg당 5천500원이하로 낮춘다는 목표아래 1/4분기에 삼겹살 5만톤, 육가공용 원료육 2만톤 등 모두 7만톤을 할당관세로 수입키로 한 바 있다.
당시 양돈농가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장왜곡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국내 사육두수가 FMD이전수준을 회복, 급증하고 있는 수입돼지고기와 함께 생산비이하의 가격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양돈농가들의 반감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한양돈협회 정선현 전무이사는 “최근의 시장상황은 정부의 섯부른 시장개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할당관세로 수입된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돼지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이후 시중 유통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후속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