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수익률 감안 적정지육가 관리’ 정부방침 논란 확산
“상한가만 존재 말되나” 농가 발끈…압박 거세질 듯
돼지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곤두박칠 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지육kg당 4천원의 지지선마저도 무너지면서 양돈농가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속에 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나 육우 등에 가려져 아직 표면화 되지는 않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 일부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양돈농가들이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다.
전국 13개 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가격(박피기준)은 지난 26일 지육kg당 3천820원에 머물렀다. 돼지가격이 4천원대 이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010년 11월29일 이래 14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물론 3천원대의 돼지가격이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설명절 동안 밀려있던 돼지가 쏟아져 나온데 따른 일시적 현상인 만큼 곧바로 4천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예상보다 큰 폭 하락 ‘당혹’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돼지가격이 당초 전망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 200~300원 정도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같은 현상은 극심한 소비부진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선진 권혁만BU장은 지난 27일 “산지가격 폭락사태를 빚고 있는 한우소비가 급격히 증가한데다 설 명절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돼지고기 소비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육가공업계의 작업량이 크게 줄다보니 도매시장으로 출하가 몰리면서 돼지가격이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체적인 도축두수도 증가하면서 당초 전망치 보다 낙폭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내달 10일경이면 돼지가격이 약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큰 폭의 상승세는 기대하기 힘든 만큼 5천원대 진입은 3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돼지가격이 생산비를 밑도는 폭락세를 보이면서 돼지고기 가격에 정부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빗나간 돼지가격 전망이나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보다는 농가의 마진을 감안한 지육가격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물가정책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 양돈농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돼지 생산비는 대한양돈협회나 통계청이 추정한 중간 수준인 지육kg당 4천600원선이 적정할 것”이라면서 “농가 마진이 20% 정도가 되는 5천500원선 이하에서 돼지가격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 대책 방향을 밝힌바 있다.
양돈농가들은 이에대해 소비자가격이 아닌 원자재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육가격을 관리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지만 농가 마진이 그 기준이 됐다는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계획생산이 이뤄지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논리라는 것이다.
#납득키 어려운 물가정책
한 양돈농가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진을 관리하겠다면 돼지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보전해 주는 대책도 당연히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게 우리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양돈농가는 정부가 제시한 생산비와 상한가의 차이만큼 하한가도 설정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 4분기 부터는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돼지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러한 양돈농가들의 반발이나 요구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양돈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더구나 살처분농가들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가담하는 시기부터 돼지가격 폭락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그 압박의 강도는 더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반응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