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일부농가 “저장조 가득…임시방편 버티기 한계”
액비 비수기땐 심각 상황 우려…특단대책 시급
해양배출이 중단된 지 3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당초 우려됐던 양돈현장의 ‘가축분뇨 대란’ 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찍이 해양배출 중단 예고와 함께 정부와 범 양돈업계 차원의 가축분뇨 100% 육상처리 전환노력이 나름대로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하지만 근본적인 육상처리 전환 대책을 마련치 못한 농가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양배출에 의존해왔던 농가를 대상으로 가축분뇨 처리 현황조사에 착수한 대한양돈협회의 중간집계 결과 18개 시·군, 80여개 농가에서 가축분뇨 처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액비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단순히 저장조에 가축분뇨를 채워넣는 형태로 버티고 있거나 톱밥 등 값비싼 수분조절재로 버무려 야적해 놓으면 퇴비업체에서 조금씩 가져가는 방법으로 일단 불법 방류는 피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남의 한 양돈농가는 “가축분뇨 육상처리대책을 마련치 못한 농가들은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이들 농가가 보유한 저장조의 경우 대부분 한계용량에 육박한 상황에서 모내기시즌이 마감되는 내달 이후에는 퇴액비 수요마저 급격히 감소, 소량이나마 도움이 돼왔던 틈새 수요처 확보가 어려워지는데다 일반농가들도 액비저장에 돌입함으로써 여유 저장 공간 확보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지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분조절재를 사용하고 있는 농가들 역시 돼지가격이 생산비 이하에 머물고 있는 만큼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육상처리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 완공하지 못한 농가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북의 한 양돈농가는 “정화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올겨울 추운날씨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 이달말경에나 마무리 되는데다 실제 가동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이에 저장조가 꽉 차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때문에 아직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제한적이나마 가축분뇨 대란은 불가항력이라는 위기감이 해당 양돈농가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
한 가축분뇨 전문가는 “액비 비수기는 넘긴다고 해도 가축분뇨 발생량이 폭증하는 8~9월이 도래하면 정말로 해법이 없다”며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매년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당농가들은 이에따라 육상처리가 불가능한 양돈농가들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나마 해양배출이나 종말처리장을 통한 가축분뇨 처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액비수요가 급증하는 기간동안에는 가축분뇨를 타지역으로 이동, 퇴액비화해 사용토록 하고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해양배출 금지라는 정부의 기본정책과 타농가와 형평성을 감안, 육상처리시스템을 설치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농가만을 그 대상으로 하되 그렇지 못한 경우 구체적인 육상처리 계획 제출을 전제로 선별적으로 적용해 주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