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 이일호 팀장 (본지 취재 1팀)
정부가 수입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적용 기한을 연장하고 추가로 물량을 배정했다.
양돈업계는 전국적인 돼지 일제 출하중단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강력히 반발, 양측의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최근 돼지고기 수급상황과 향후 전망을 감안할 때 굳이 이해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번 정부 방침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2분기 큰 폭의 돼지가격 상승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도 큰 틀에서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행락철을 맞아 삼겹살 수요증가가 일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또다시 개입해야 할 시장상황은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달 들어서도 돼지가격이 생산비를 밑돌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하반기 대폭락까지 예고된 상황에 또다시 무관세로 삼겹살을 수입해야겠다는 정부 입장을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라면 어떤 경우라도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 돼야 한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이다. 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그것도 경제분야 만큼은 일가견이 있다는 현 정권하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하물며 전국의 한우농가들이 장기간 불황에 따른 정부대책을 요구할 때도 ‘시장흐름에 맡겨야 한다’며 경제논리를 앞세우던 때가 바로 엊그제 아닌가.
연간 생산액만 6조원에 육박하는 한국농업의 중추일 뿐 만 아니라, 국민 식량안보를 떠받들고 있는 양돈산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물가 노이로제’ 에 빠진 정부가 이성을 상실했다는 것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미 국내 양돈산업은 수입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물가대책속에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고 있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며 FMD 이전만 해도 76%에 이르던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자급률은 불과 1년새 6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할당관세가 그 원인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돼지고기 수입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이 됐던 만큼 정부가 수입육 판매에 앞장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수 없음은 물론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시장자체를 왜곡시킬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렇듯 쉽게 수입 돼지고기에 안방을 내주려 했으면서 한-EU, 한-미 FTA 협상 당시 돼지고기를 최대 민감품목에 포함시켰던 배경은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정부가 진정 양돈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아 줄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