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전국의 양돈지도자들이 출하중단 동참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농성중인 양돈인들을 위로하고 있는 이창호 오리협회장(사진 왼쪽)
■ 왜 출하중단인가
‘벼랑끝 최후 승부수’
돼지출하 중단은 정부의 할당관세 연장 방침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부터 양돈농가들 사이에서 ‘최후의 승부수’ 로 꼽혀왔다.
부업규모를 포함한다고 해도 전국의 양돈농가수가 8천호 안팎에 불과, 정치세력으로서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그 결정적 배경이 됐다.
더구나 FMD 사태를 계기로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상황에 4.11 총선정국까지 겹치며 집회나 기자회견 등 지금까지 대정부 투쟁에 동원돼 왔던 일반적인 수단만으로는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양돈업계의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천만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돼지고기 파동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자칫 국민여론 악화라는 ‘역풍’ 을 맞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동참여부를 둘러싼 농-농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가의 동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양돈업계는 구심점을 잃은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 출하중단은 벼랑 끝에 몰린 양돈농가들 입장에서는 뽑아들 수밖에 없었던 ‘양날의 칼’ 이 된 셈이다.
■ 4.2 결행 어떻게
주문전 무관세 철회 ‘초점’
양돈업계가 대정부 투쟁을 선언할 때만 해도 전국적인 일제 출하중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양돈농가들의 자율동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무임승차를 최소화 하고 우호적인 여론 조성과 유관산업계 협조 및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대한양돈회의 긴급대책회의 당시만 해도 전국 양돈농가 총궐기에도 불구,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출하중단을 추진하되 전면 돌입에 앞서 지역이나 특정요일 정해 전개해 나가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3일후인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이뤄진 2차 긴급대책회의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4월2일 전면 출하중단 돌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는 양돈업계에 주어진 시간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출하중단외에 다른 어떤 방법도 효과적인 대응방법이 될수 없다는 절박함이 양돈농가들 사이에 급격히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계약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현실적으로 정부 방침 철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2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양돈협회의 한관계자는 “총선의 영향도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출하중단에 돌입하면 모든 농가들이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크게 작용했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 양돈현장 반응은
대정부 분노·절박감…결속 다져
출하중단은 어디까지나 양돈농가 자율이다. 표면적으론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출하중단 결의를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그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게 양돈농가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정부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대로 가다간 끝장’이라는 절박함이 복합적으로 작용, 양돈농가들을 결속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양돈농가는 지난달 30일 “돈방이 꽉 차있는데다 출하시점도 만기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출하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경”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동료 양돈농가들로 부터 배반자로 낙인찍힐수 는 없지 않느냐”고 털어놓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권역내 도축장에 타지역 농가 물량이 출하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도로나 도축장 진입로를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등 양돈현장의 긴장감을 짐작케 했다.
그러다보니 계열화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양돈계열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회사소유의 물량이라도 출하했다간 추후 계약사육농가 확보에 곤란을 겪을수 도 있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에서 양돈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출하중단에 동참해야 한다는게 경영진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수 없다.
출하중단 사태가 장기화, 양돈현장과 유관산업계의 피해와 피로감이 누적될 경우 이탈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축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양돈농가들이 납득할수 있는 대책을 제시, 하루라도 빨리 양돈업계가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