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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종속화 우려…종돈주권 확보 시급과제

■종축개량사업 어더까지 왔나<양돈>

이일호 기자  2012.04.18 13: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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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PMWS의 발원지로 알려진 프랑스가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산자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번식성적 개선에 종돈개량의 초점을 맞춰 집중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복당 산자수를 3두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수 개량 효과는 연간 0.05두 안팎이라는 육종학자들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면서 유럽에서도 번식성적 만큼은 손꼽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 국가의 양돈산업에서 종돈개량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전자 교류 부재·증식수준 농장운영…개량효과 한계

각국 우수유전자 유출 제한·로열티로 국내업계 ‘비상’

정부·업계 ‘네트워크 구축’사활…종돈장 전문화 속도


국내 종돈개량은 한우나 유우와는 달리 철저히 민간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다보니 민간종돈장들은 치열한 시장경쟁 체제하에서 생존을 위한 종돈개량에 나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종돈개량의 척도라고 할수 있는 검정실적(농장검정 기준)의 경우 지난 2001년 3만1천690두에서 2010년에는 4만4천두까지 늘어났다.종돈능력도 지속적으로 향상돼 왔다. 종돈장의 자돈등기 실적을 토대로 산출한 생존산자수의 경우 지난 2001년 9.7두에서 2011년에는 10.6두로 0.9두가, 듀록의 90kg도달일령 역시 145일에서 143일로 줄어들기도 했다.   


>>수입없인 개량도 힘들다

하지만 개별적인 돈군사이즈가 적은 상황에 종돈장간 유전자 교류가 차단돼 있는데다 상당수 종돈장이 GGP와 GP를 병행, 전문성 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종돈개량 체계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육종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수 있는 ‘개량’ 과 교배를 통한 ‘유지’, 각 부문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FMD 이전인 지난 2010년 국내에서는 GGP농장 21개, GP농장 46개, GGP와 GP 병행농장 60개 등 모두 127개의 종돈장이 운영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종돈장의 절반정도가 GGP와 GP를 병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 육종학자는 “돈군사이즈가 적은 농장이라도 교배시스템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어느정도 개량효과를 기대할수 있지만 상당한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요구된다”며 “솔직히 국내에서 체계적인 교배시스템을 갖춘 종돈장들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종돈장들이 교배시스템을 갖추지 못한채 자체 개량보다는 2~3년마다 외국에서 종돈을 수입, 증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된 교배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종돈장 대부분도 역시 돈군 사이즈가 적다보니 만족할 개량효과를 기대 힘든 처지다. 저마다 수입유전자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 하고 규모확대에 부심하고 있지만 외국과의 경쟁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상황.

2010년 기준 국내 종돈업계가 보유한 GGP는 1만7천여두. GP는 4만8천두여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돈능력이나 양돈생산성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꼽히고 있는 EU 국가들 보다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오히려 앞설 정도. 그러나 중소 규모 농장이라도 다양한 형태의 국가단위 유전자교류를 통해 혈연이 이뤄짐으로써 대규모 농장효과를 거두고 있는 EU국가나 다국적 육종회사들과 농장별 ‘각개전투’가 불가피한 우리와는 개량에 활용할 돈군사이즈부터 비교자체가 무리라는 분석이다.


>>현체계 지속도 불투명

문제는 지적재산권을 앞세운 종돈수출국 및 다국적 육종회사들의 ‘로열티’  요구와 함께 수출종돈에 대해서는 단순한 증식용도외에 활용이 불가능하도록 ‘유전적 장치’를 해놓는 등 우수 유전자원의 유출을 제한하는 추세가 확산, 지금처럼 수입의존도가 높은 종돈개량 체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탑 레벨의 육종회사들의 경우 종돈 사용목적에 따라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었던 북미지역이나 유럽의 몇 개 농장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종돈수출국이나 다국적 육종회사에 종속화, 종돈주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돼지개량네트워크 구축과 종돈장 전문화사업은 국내 종돈개량 체계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대안으로 손꼽히며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7개 농장이 참여, 부계부문부터 시작된 돼지개량네트워크의 경우 종돈장간 유전자원 교류를 통해 국내 여건에 적합한 한국형 종돈을 선발 보급하겠다는게 그 목적.

국내에서도 혈연을 통한 돈군확대로 개량효과를 극대화 할수 있는 국가단위 유전능력 평가 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전부터는 모계부문까지 확대됨으로써 네트워크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종돈장 전문화사업 역시 주목할 부분.

정부에서는 질병검사 결과 공개 및 규제강화를 통해 종돈장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되 종돈장  전문화와 규모화를 지원, GGP의 경우 개량과 GP공급을,  GP에서는 PS생산을 전담하는 이른바 ‘육종피라미드’ 를 구축하겠다는 방침. 오는 2015년까지 GGP 10개소(1만2천두).GP 100개소(6만두) 육성이 목표다.

하지만 네트워크사업의 경우 사업추진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개량시스템 혁신 절실

기존 개량조직의 ‘옥상옥’  논란속에서 지난해 6월 설치된 네트워크 추진위원회의 경우 협의체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어떠한 법적 구속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지금 상태에서는 전적으로 정부 의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뿐 만 아니라 참여종돈장간 이해가 대립될 경우 사업 지연도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업 특성상 쉬운일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다보니 종돈업계에 대한 동기부여가 다소 미흡할 뿐 만 아니라 그간 사업실적에 대한 평가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종돈장 전문화사업 역시 민원과 부지확보, 각종 인허가 문제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축사현대화사업에 포함된 종돈장 시설개선사업의 경우 현실성이 결여된 지원규모 등으로 인해 사업자로 선정되고도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돈장 대표는 “수십년간 국내 종돈개량의 주춧돌이 돼온 중소규모 종돈장들이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며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향후 농장 운영 방향에 대해 확실히 가닥을 잡을수 있는 기준이 먼제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육종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시장전면개방을 전제로한 FTA시대에 돌입한 데다 유전자원의 무기화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며 “종돈업계의 동참을 유도할수 있는 현실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토대로 개량시스템의 혁신을 실현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필요할 경우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대책과 함께 한국형종돈의 출현을 뒷받침할수 있는 검정시스템의 개선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뷰/ 김 성 훈  돼지개량네트워크 추진위원장

“유전자도입 4년차 F1 공급 기대”


냉동정액 수입 질병차단 위한 결정

국가단위 개량체계 구축 가능할 것


“외국의 우수유전자 도입후 4년차부터 비육농장에 대한 F1 공급이, 10년차 부터는 국내 모계 전체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성훈 돼지개량네트워크추진위원장은 네트워크사업이 빛을 발휘하는 시점을 이같이 내다보았다. 

“내부적으로 로드맵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자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참여농장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일부 사업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은 사실입니다.”

모계 네트워크 추진과 함께 올해 1분기중에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던 우수유전자 도입 역시 기존 국내 수입선과 의견조율이 여의치 않다보니 6개월 정도 늦춰지게 됐다는 것.

이에 프랑스가 아닌 캐나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김성훈 위원장은 생축이 아닌 냉동정액 형태로 유전자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질병감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참여농장들에게도 질병문제가 가장 큰 딜레마였다고. 

“모돈 500두 농장 한군데만 질병에 노출되더라도 비육돈 150만두가 영향을 받습니다. 해당농장은 물론 국내 양돈산업 전체에 미칠 피해는 상상하기도 힘들죠.”

냉동정액의 실패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거의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프랑스에서는 실험실 보다 현장에서 수태율이 더 높게 나오면서 종돈개량의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있다고.

다만 종돈에 비해 비용부담이 클 뿐 만 아니라 국내 도입시 해동단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하는 불편함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네트워크 사업 추진조직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국가단위 유전력 평가 시스템의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농장간 중재와 기존 개량조직과 유기적인 협력관계 유지가 자신의 주요 역할이라는 그는 “세계 각국의 총성없는 유전자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지금 국내 종돈업, 나아가 양돈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석이 돼야 한다는 인식하에 네트워크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계각층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