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축산물은 다른 농산물과 달리 반드시 도축장을 거쳐야만 비로소 가축에서 식품으로 변하게 된다. 도축 이후에도 도체육은 발골, 정형, 가공, 유통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소비자들에게 갈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육가공은 축산물 유통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들 육가공업계가 당면한 현실은 무엇인지 앞으로 육가공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과제가 무엇인지, 육가공업계 현장을 직접 찾아가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도축 후 발골·정형…식품으로 변모 1차 가공단계
전국 3천638개소…HACCP 지정 업체 30% 불과
국내 제한 수요·생체 공급 불안정…규모화 어려워
구이 편중 소비문화·유통비용 부담…수익 타격 커

◆1차 육가공업계 현황
육가공이란 농가가 생산한 소, 돼지 등 가축을 도축장을 거친 이후 소비자가 손쉽게 고기로 먹을 수 있도록 도체 부위별로 발골, 정형하는 1차 육가공(식육포장처리업)을 말한다.
또 1차 가공육을 이용해 햄, 소시지, 분쇄가공육제품, 양념육류 등을 제조하는 2차 가공(식육가공업)으로 구분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육가공업체들은 2011년 현재 전국에는 총 3천638개소가 있으며 이중 소 작업장이 1천185개소, 돼지는 1천534개소, 육계는 853개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HACCP기준원에서 HACCP를 지정한 식육포장처리 작업장은 1천37개소에 불과해 아직도 위생적인 부분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육가공협회에 따르면 2차 육가공업체는 현재 1천여개 내외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식육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 품질관리는 크게 생축품질관리, 도체품질관리, 식육품질관리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식육의 생산은 농장, 도축장, 가공장, 유통의 전 단계가 하나의 긴 체인처럼 연결돼 있으며, 따라서 고품질의 식육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품질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1차 육가공의 형태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1차 대분할 진공포장 작업을 통합 도매유통하거나 2차 소분할 진공포장 작업을 통한 도매유통, 3차 소분할 소포장 작업을 통합 직접유통이 있다.
때문에 축산물 유통과정에서 1차 육가공산업은 그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관련 산업의 중심에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말하는 애로사항
우선 1차 육가공업체를 주도해 갈 큰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다. 타 업종에 비해 단순 가공의 저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규모화 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시장에 제한된 수요량, 구매와 판매의 양방향에 대한 교섭력 약화현상, 생체의 공급과 가격의 불안전성,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 등으로 인해 대자본이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점도 큰 문제이다. 1차 육가공산업은 특별한 시설 없이도 보관할 수 있는 냉장창고와 인력만 있다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렇다보니 신규로 사업에 진출하는 종사자들도 많고 외부변화에 의한 수동적인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식육의 복합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구이문화로 인해 삼겹살 선호 특성이 강해서 부위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돼지고기에서 삼겹살을 생산하기 위해서 목심, 갈비, 등심도 생산된다.
그래서 선호부위를 아무리 비싸게 팔아도 나머지 부위는 원가 이하에 팔리기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특이한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육가공산업이 이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유통비용이 과다하다는 등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맞아온 것도 1차 육가공업계가 겪어야 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