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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대책 논의 ‘개점휴업’…항구적 수급안정책 절실

■ 초점 / 원유수급안정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이희영 기자  2012.07.11 09: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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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희영 기자]

하반기 원유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쿼터제의 부활, 수급완충물량 회수, 기준원유량 인수도시 귀속제도 부활 등의 조치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낙농가들은 납유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최근 열린 낙농육우협회 이사회나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계기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진흥회 소속 농가에만 수급안정 책임 전가…형평성 논란
낙농선진화대책 논의 중단…낙농제도 근본적 개선 난항


◆ 하반기 수급안정 대책은

지난해 1월 FMD로 인해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자 정부와 낙농진흥회는 기준원유량의 5%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급완충물량으로 배정해 정상가격을 지급키로 했다.
아울러 유대정산방식도 15일 단위에서 연간단위로 전환시켰으며 기준원유량 인수도시 20% 귀속제도를 한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이 같은 조치는 금년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특히 이후에도 원유부족사태가 지속되자 지난해 7월에는 기준원유량을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도 정상가격으로 지급키로 했다.
다만 초과원유의 정상가격 지급 기간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원유 수급상황에 따라 정부와 협의해 초과원유 가격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기준원유량을 초과한 원유는 오는 10월부터 국제가격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또 5%의 수급완충물량과 기준원유량 인수도시 귀속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원유수급안정 대책이다.

◆ 수급대책의 문제점은

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은 정부의 원유 수급안정대책을 놓고 초과원유 국제가격 지급을 비롯해 수급완충물량과 기준원유량 인수도시 귀속제도의 경우 시행 당시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명시했기 때문에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정부의 수급대책은 전체 낙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전체 생산량의 30%에도 못 미치는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만을 대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 부족 사태가 지속되자 일반 유업체들은 앞다퉈 기준원유량에 상관없이 생산량 전량을 정상유대로 지급하는 등 각종 증산 정책을 소속 농가들에게 적용시켰다.
뿐만 아니라 소속 낙농가들의 생산량 증산을 위해 젖소 입식자금까지 풀기도 했다. 또 일부 유업체의 경우 기존의 기준원유량에 상관없이 연평균 생산량을 기준원유량으로 재배정 한다던지 최대 생산량을 기준원유량으로 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 때문에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이 불만이다. 기준원유량에 대한 원칙도 없이 납유처에 따라 고무줄처럼 기준원유량을 설정하게 되면 기준원유량 인수도시 꼬박꼬박 20%를 감축했던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준원유량 도입 당시 국내 원유생산 물량은 200만을 기준으로 했는데 현재 기준원유량은 225만톤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진흥회의 기준원유량은 귀속제도로 인해 6만톤이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유업체의 기준원유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은 “정부의 정책에 아무 말 없이 따라왔던 진흥회 농가들이 결국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형평성과 원칙을 갖고 보편타당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반 유업체들도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한 유업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잘못된 원유수급 예측으로 최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유업체들의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근본적으로 원유가 남아도는 것은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보다는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지만 정작 소비 촉진을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 잠자고 있는 낙농선진화대책

항구적인 원유수급안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낙농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부와 낙농업계는 지난 10년간 낙농제도 개선을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기본원유가 인상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낙농제도개편과 관련 각종 회의를 거쳐 금년 3월 낙농선진화대책이 발표됐다.
2005년 낙농산업발전대책이 발표된 이후 3번째 대책이었다.
2005년 낙농대책이 발표된 이후 2010년에 다시 한 번 발표됐으며 올해 낙농선진화대책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이후 번번이 낙농현안에 묻혀 논의가 중단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5년 대책의 경우 2여년간의 논의 과정을 거쳤지만 2008년 원유가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단됐다. 2010년의 경우도 마찬가지 논의 과정 중 2011년 또 다시 원유가 협상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소 틀리지만 지난 5월 논의를 마지막으로 원유수급대책에 밀려 선진화대책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졌지만 근본적으로는 전국단위수급조절제 도입, 집유일원화, 민간수급조절기구 설립 등의 골자를 담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업계 의견 수렴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대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논의만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이상수 축산경영과장은 “정부의 낙농정책은 낙농진흥회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라며 “지난 10년간 전국단위 수급조절 기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10년간 논의해도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하고 가자는 것은 죽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낙농가는 물론 이해당사자간에 견해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들이 우려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