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불안정한 생체가격 부담…대기업도 손놔
소비 트렌드 따른 가공장 운영·유통 진출
농가·업계·소매업체 상생…가격 안정화
유통구조 개선…부산물 부가가치 창출 절실
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농가와 1차 육가공업계간 상생이 필수적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여기에 FMD와 돼지값 강세, 한미, 한 EU FTA체결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악재로 인해 1차 육가공업계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인 1차 육가공업체들을 찾아 현실을 짚어보고 발전적인 미래상을 모색해 봤다.
1차 육가공업체들은 축산현장에서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마치 주변인처럼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더구나 생산과 소비의 접점이면서 육류 소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육가공산업이 정부의 각종 축산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에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지육을 거래하고 있는 1차 육가공업체 대표들은 “직접 구매와 거래를 도맡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영 외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1차 육가공산업은 규모와 수익이 반비례한다고 말한다. 즉 규모가 클수록 수익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비좁은 국내시장에서 구매하면서도 약자요, 판매하면서도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롤러코스터 같은 생체 가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자본이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일부 1차 육가공업체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몇몇 1차 육가공업체들은 도축장 내에서 가공장을 운영, 물류비를 아끼고 국내 소비문화에 부응하기 위해 부분육 유통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이어지는 중간 마진을 최소화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금천은 4년 전부터 준비한 끝에 온라인도매시장을 열어 큰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생산농가, 소매업계와의 상생구조가 구축되지 않는 어떠한 노력도 국내 육가공업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해드림푸드는 양돈농가가 직접 설립, 경영하면서 협동조합의 장점과 기업의 장점을 살려 품질관리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지육가격의 급등락, 불합리한 거래가격체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델로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부산물 처리도 1차 육가공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의 한가지다.
소 부산물의 경우 사골, 꼬리 등은 한 때 정육보다 더 많은 값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식문화의 변화추세속에서 지금은 냉동 창고에 쌓여만 가고 있는 형편이다.
돈육 부산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당 2만8천원까지 호가했던 가격이 7천원까지 하락했다. 부산물의 부가가치 창출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육가공업계의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왕도는 없다. 십년 넘게 제기돼 왔던 해묵은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육가공업계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길이 열릴 것이다. 1차 육가공업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축산업계 모두의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위해서는 신선육을 취급하고 있는 1차육가공업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유관산업과의 협력과 이를 통한 상생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