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품 산업에서는 국가검정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약품이라고 해도 다시 한번 정부가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하려는 거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국가검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시 또는 수입시 매번 국가검정을 하기에는 돈도 들어가고, 인력과 시간도 많이 필요해 이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생겨났다. 이른바 국가검정 면제제도다.
국가검정을 면제받기는 꽤 까다롭다. 10배지 이상 또는 3년 이상 국가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현지공장 실사를 합격해야 비로소 국가검정을 면제받을 수 있다.
국가검정을 면제받으면 출시 첫 약품만 국가검정을 받고, 그 이후 공급되는 약품은 회사측 자가성적서가 국가검정을 대체하게 된다. 약품 공급업체로서는 국가검정을 면제받는 것이 비용과 인력,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국가검정 면제제도가 달라졌다.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기준을 좀더 충실히 적용하겠다는 것 뿐이다.
방역당국은 국가검정 면제 때 제출해야 하는 자가성적서 기준을 두고 국내제조와 수입 동물약품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현행대로 라면, 결국 수입 동물약품이 국내제조 동물약품 기준에 맞출 수 밖에 없다.
수입 동물약품 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수입 동물약품 업체들은 외국과 국내 성적서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국내기준을 따르려면, 일일이 전부 시험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수입업체로서는 국가검정 면제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간 국가검정을 면제받으려고 현지공장 실사 등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비용을 썼는데, 이제 와서 각종 시험을 다하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 전한다. 특히 유통기한이 1년 정도에 불과한 동물약품은 검정기간 1~2달을 감안하면, 판매기간이 너무 짧아 아예 수입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축산현장에서는 이미 일부 약품의 경우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제조 약품이 출시돼 있지 않다면, 심각한 질병난을 야기할 가능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자기 입장과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결코 답을 찾아낼 수 없다. 소통과 협력으로 지혜를 짜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