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두 미만 번식농가, 경영난에 폐업 속출…경쟁력 저하 우려
일각 헐값에 송아지 매입, 두수 확대만 혈안…자율감축 ‘역행’
산지가격의 폭락은 한우농가들의 극심한 경영난을 반영하고 있다. 경락가격이 선방을 하고 있지만 송아지의 경우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떨어진지 오래됐다. 한우의 번식기반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소규모 번식농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전언이다.
시세 폭락 속에 사료비를 비롯한 생산비 상승은 자본력이 약한 소규모 농가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한우가 주업이 아닌 이상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우사육을 지속할 이유나 명분이 그들에게는 없다는 것 또한 농가이탈 가속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규모 농가의 사육포기가 곧 자본력을 가진 대규모 농가에게는 사육규모를 키울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농가는 “솔직히 말해 지금의 기회를 기다려온 농가들이 적지 않다. 작년 이맘때 송아지 1마리를 샀던 가격이면 지금은 2~3마리까지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업계 전반적으로 두수 줄이기에 올인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가축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결국 시장에서 소유주만 바뀔 뿐이지 송아지는 계속 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사육두수 감축을 외치면서 뒤로는 송아지 입식에 열을 올리는 농가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암소 도태를 장려하고 두수 줄이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한우수급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일부 농가들은 이 시기를 이용해 두수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특히, 일부 대규모 농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송아지를 몇 십 마리씩 구매한 것이 마치 큰 자랑거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번식농가의 이탈과 사육규모 대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농가는 “한우농가의 경쟁력은 전체 사육농가의 80%이상을 차지하는 10두 미만의 번식농가들에게 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밑소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한우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소규모 농가들의 이탈이 본격화 되고, 번식기반이 흔들린다면 송아지가격은 치솟게 될 것이고, 한우산업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소규모 번식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아지를 구매하는 농가들을 나쁘다고 만 말할 수는 없다. 시장에 출하되는 송아지를 누군가는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다.
최근 가축시장에서 만난 한 유통 상인은 “누군가는 사야한다. 안 그러면 가격은 더 떨어지고, 유찰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게 되면 송아지 생산농가의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송아지 생산농가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농가의 이탈을 막고, 대규모 농가들은 좀 더 사육규모 감축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농가는 “5두 미만 농가에게 소 한두 마리 내다팔라고 하는 것은 규모를 반으로 줄이라는 말이다. 100두 이상의 전업농가들이 규모 줄이기에 먼저 나서지 않고서는 한우사육두수 줄이기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