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돼지홍수’…5년여만에 지육 kg당 2천원대 추락
시장호전 기대난…“정부 직접개입” 목소리 커져
양돈농가들이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돼지가격이 폭락세를 보이며 끝을 모른채 추락, 근래들어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3월12일 지육kg당 3천66원으로 올라선 이후 단 한번도 3천원대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던 전국 도매시장 평균가격(박피기준)이 추석을 앞둔 지난달 26일 4년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2천원대로 내려앉았다.
돼지 1마리를 출하할 때 마다 4~5만원씩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 원인은 물론 공급과잉이다.
명절직전 출하가 몰린데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출하 지연됐던 물량까지 쏟아져 나오며 “돼지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달초만해도 하루 5만4천두를 넘지 않았던 돼지도축두수는 추석명절을 앞둔 24일에는 7만95두에 달하기도 했다. 무려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극심한 소비부진과 재고 부담속에 작업량을 조절해온 육가공업계의 외면속에서 하루 6천두 수준이었던 도매시장 출하물량이 지난달 중순부터 8천두까지 급증, 돼지 경매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절직전 한우작업에 치중한 육가공업계의 여력이 없었다는 점도 2천원대 돼지가격에 주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FMD 재입식 농가들이 출하에 본격 가담하는 등 사육두수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위축돼 있는 돼지고기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 게 현실.
(주)선진 권혁만 양돈BU장은 “월 130만두 안팎의 도축두수가 올 하반기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라면서 “예년에는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른 만큼 당분간 시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회전반에 걸친 극심한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한데다 전체적인 육류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5%정도 증가하면서 모든 축산물가격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 돼지고기만 소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
더구나 추석이후 2주 동안은 육류소비가 크게 감소하는 점은 돼지고기 시장의 단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도드람양돈조합 윤승현 팀장은 “돼지가격이 워낙 낮게 형성돼 있어 중소육가공업체들을 중심으로 작업량이 다소 증가, 내주초에는 소폭의 가격변동이 예상된다”면서 “다만 양돈현장의 동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투매현상이 확산될 경우 2천원대의 ‘이상가격’ 추세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고 내다보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생산비를 훨씬 밑도는 불황의 터널은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사실상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돼지가격 안정대책만으로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시장상황을 전환시키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양돈업계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다며 무관세 수입을 단행한 만큼 지금과 같은 폭락시에도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농심을 달래고 양돈시장을 안정시킬수 있는 추가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