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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발목잡은 각종 규제…육성은 고사하고 밀어내기 혈안

■ 규제에 멍든 한국축산

김영란 기자  2012.10.10 15: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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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영란 기자]

■ 창간27주년 제1특집

축산업은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국민 먹거리로서 위치, 나아가 고용 유발효과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지키고 가꿔야 할 산업이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식량위기론은 왜 우리가 축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그러나 이러한 축산업을 멀리하는 인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가축분뇨법 등을 통한 규제가 그 대표적이다. 우리 축산업이 그야말로 규제에 멍들고, 민원에 운다. 그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가축사육제한법·가축분뇨법·무허가 축사 굴레 묶여
여러 부처 이해관계 얽혀 관련 법 개정에도 난항
관련 법 다 충족해도 민원으로 축산 포기 사례도 속출
 FTA 시대 경쟁력 확보 위한 현실적인 법 개정 절실

 

FTA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더욱 더 ‘경쟁력’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는 요인에는 생산자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정책적·제도적·법률적 뒷받침이다.
그런데 정부는 뒷받침은 커녕 오히려 규제정책으로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어 일선 현장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FTA보다 더 무서운 게 정부의 규제정책”이라 할 정도로 규제로 인해 한 발짝 전진은 고사하고 오히려 포기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환경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을 꼽을 수 있다.
환경부의 규제 정책이 한마디로 축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을 만큼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그 예를 들면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10월,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기준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가축사육제한구역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을 강화할 경우 가축을 사육할 수 있는 지역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농가가 축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환경부의 가축사육제한구역 권고 내용을 보면, 주거 밀집지역(5∼10가구)으로부터 소·말은 100m, 젖소 250m, 돼지·개·오리는 500m로 각각 가축사육거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4일에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하면서 축산업의 저항에 부딪혀 지금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내용에는 4대강 수계법에 따른 수변구역 및 수질 목표기준을 초과한 지역을 가축사육 제한 지역으로 묶겠다는 것을 담고 있다.
특히 무허가·미신고 축사에 대해서는 폐쇄 또는 6개월 이내의 사용중지 명령, 3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가축분뇨의 방류수 수질기준이 낮아 호소, 하천의 주 오염원으로 작용하여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아예 우리나라 축산업은 반토막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 이유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 무허가 축사 비율이 49.5%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와 축산업계에서는 너무 과도한 정책이라며 궤도 수정을 강력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업계에서는 다수 축산농가의 폐업 방지를 위해 ‘무허가 축사 양성화 특별조치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른 무허가 축사 개선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국토해양부는 건폐율 상향 등에 대해서는 형평성 등 법 원칙의 이유를 들어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가축분뇨법개정의 경우는 환경부 소관이고, 국토계획법 및 건축법개정은 국토해양부 소관인 만큼 총리실 등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축사를 보더라도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짐작케 한다.
가축분뇨와 관련된 정책은 농식품부의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효율적인 집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축사를 신축하려면 한 두개 정도의 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가축분뇨법, 4대강 수계법, 학교보건법,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소금산업진흥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하천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이 해당된다. 심지어 환경영향 평가도 받아야 할 만큼 앞으로는 축산업에 신규로 진입할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되어 있다.
설사 이런 법들을 다 충족시켜서 축사를 지으려면 또 다시 지역주민의 민원에 시달려 결국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에서는 가능한 한 법 테두리안에서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법 개정을 바라고 있다.
예컨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축사 건폐율을 현행 60% 이하를 80%로 확대해도 무허가 축사를 확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농지법이라든가 산지관리법, 초지법도 축산 현실에 맞게 조정만 해줘도 무허가 축사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에 대한 존치기간과 사용가능 재질을 확대해도 무허가 축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
또한 가축분뇨법에 따라 젖소에 한해서는 운동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한육우는 제외시키고 있어 한육우도 젖소와 같은 반추동물인 만큼 동일하게 적용해도 역시 무허가 축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허가 축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음에도 정부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 운운하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FTA 시대에 외국 축산물과의 경쟁도 하기 전에 내부의 규제에 묶여 축산업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전체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정부는 축산업의 경쟁력도 키우고, 더욱 중요한 생명산업을 유지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축산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축산업계 여론임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