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27주년 제2특집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오리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 프랑스 등 몇 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1인당 소비량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1년 사상 처음으로 국민 1인당 3kg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소비 ’94년 350g서
2011년 사상 첫 3㎏ 돌파
HPAI로 소비급감 등 어려움 겪어
훈제오리, 소비확대 일등공신
대형매장·홈쇼핑 등 판로 다각화
오리고기 얼마나 먹고 있나1994년 350g에 불과했던 오리고기 소비량이 20년도 안돼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오리고기 소비량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 1kg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2003년 HPAI발생 이후 720g까지 감소했던 오리고기 소비량은 이후 급격히 증가해 드디어 지난해 3kg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축산물 중에 가장 먼저 완전수입개방된 오리고기는 한때 수입산이 25%를 넘어서기도 했다. 1992년 완전수입개방된 오리는 중국산 오리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1996년 사상 최대인 8천427톤이 수입됐으며 1997년에는 7천231톤, 1998년 2천40톤, 1999년 2천13톤, 2000년 3천969톤이 수입됐다. 하지만 1997년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한 오리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천톤 정도로 국내 생산량 16만9천톤에 비해 국내 오리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오리고기 언제부터 먹었나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오리고기를 먹었을까? 과거 오리고기는 식용보다는 대부분 약용으로 이용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이 불면서 다른 육류와 달리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오리고기가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오리고기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영향을 받아 대형 오리전문점들과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하면서 오리고기 소비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이후 4번에 걸쳐 HPAI가 발생되면서 이러한 오리고기 소비를 급감시키면서 대형오리전문점들이나 프랜차이즈 점들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면서 급격한 소비기반 붕괴로 이어져 불황을 겪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2000년대 후반기에는 오리고기 소비는 이러한 대형 오리전문점들이나 전문 프랜차이즈 점들을 대신해 일반음식점에서도 오리메뉴가 일반화 됐다.
예를 들어 삼겹살 전문점에 오리고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오리고기 전문점에서 삼겹살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형태로 변화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과거 특별한날 특별한 곳을 가야만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이제 시내 어느 곳에서도 손쉽게 오리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이 일반 식당에서도 오리고기를 쉽게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은 훈제오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훈제오리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이 오리 소비를 늘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오리메뉴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늘어난 것과 함께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일부 대형마트에서 냉동 오리고기를 소량으로 취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대형유통매장을 통한 판매기반이 크게 늘어났다.
요즘 시중의 대형유통매장을 가면 오리판매대가 한 코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오리전문점에서만 오리고기를 소비했던 소비자들이 가정에서도 손쉽게 오리고기를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TV홈쇼핑을 통한 판매도 오리고기 소비를 늘리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2009년 한 오리업체가 TV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개척한 TV홈쇼핑 시장이 이제 웬만한 오리업체들의 한 판매수단으로 자리 매김 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오리고기 소비가 늘어난 것은 뛰어난 해독력과 성인병 예방 등 건강식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는 독성이 강한 유황을 먹어도 해독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방에서 유황오리를 건강식으로 많이 추천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리고기는 수용성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70%에 달해 피부노화 및 비만을 예방하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성 불포화지방산 함량 70%
피부노화·비만 예방·해독작용
생산액 1조3천억…농축산물 중 7위
음식점 소비 편중…대중화 과제
각종 규제·생산비 급등 문제 심각
오리 산업의 현 주소는
이처럼 오리고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리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1990년 375억원에 불과했던 오리 생산액은 2010년 1조3천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전체 농축산물 중에서 당당히 7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또한 오리농가들 역시 1990년 1만4천호가 넘었던 것이 2010년에는 5천가구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농가당 사육마리수는 81수에서 2천808수로 증가하는 등 규모화, 전업화가 이뤄졌다.
외형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해 왔다.
2012년 현재 HACCP인증을 획득한 도압장은 전국에 14개소가 있으며 포장처리업체는 26개소, 식육가공업체는 24개소가 있다. 또 농장단위 HACCP 인증을 획득한 농가들도 60호에 달한다.
오리고기 소비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더 많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오리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오리협회와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자 및 영양사 인식도 조사에서는 10명주 9명이 오리고기를 먹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직접 오리고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53%에 불과했다.
이는 아직도 오리고기가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오리고기를 먹어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리음식점에서 였고 가정소비는 12.5%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단체급식 부문도 오리업계가 개척해야 할 분야다. 소비생활연구원의 조사에서 500개 학교의 단체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들은 단체급식 식재료로 오리제품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61.6%였으며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38.4%나 됐다.
또한 오리고기를 먹어본 소비자들은 대체로 30대 이상(81%)과 고소득층이 많은데, 식습관이 어렸을 때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오리고기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오리고기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오리고기는 아직도 개척해야 할 시장이 많다. 이들 시장만 제대로 개척하더라도 오리고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오리 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은
오리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많다. 무엇보다 산업의 기반인 오리농가들의 열악한 사육기반 개선 문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국내 오리농가들의 70∼80%가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설 건축물로 무허가 축사로 분류됨에 따라 가축분뇨법이 개정 될 경우 정부의 지원 사업에도 제외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최근 환경부의 가축사육제한지역 설정 권고안이 제시되면서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이를 인용해 가축사육제한지역을 설치함에 따라 오리축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생산비 절감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 한다. 2011년 현재 오리 한 마리당 6천32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비의 62%는 사료비로 3천738원이 소요되고 있어 오리 생산비에 있어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다음으로는 새끼오리 구입비다. 새끼오리 구입비는 1천360원으로 생산비의 22.5%를 차지하고 있다. 사료비와 새끼오리 구입비가 전체 생산비의 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이 이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 오리농가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사육형태나 축사형태 등에 따라 정밀한 사육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연구인력 등의 부족으로 인해 일반적인 사육프로그램만에 의존하고 있어 관행적인 사육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 과학적인 정밀한 사양관리 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2003년 최초 발생한 이후 오리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 주고 있는 HPAI의 재발 방지도 오리업계가 풀어나가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