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27주년 제3특집
우리나라 농업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축산업. 지난해 생산액이 14조9천억원에 달하며 농업 전체 생산액의 35%를 차지했다. 쌀에 이어 생산액 2~7위 품목이 모두 축산물이다. 주요축산물은 모두 포함된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 오히려 혐오산업으로 몰리며 지역주민은 물론 지자체까지 각종 축산시설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수년전부터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뤄지며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체험목장과 목장음악회 등 주로 낙농분야에 집중돼 왔던 이미지 개선사업이 최근에는 양돈분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목장, 음악회장으로
음악과 어우러진 목장풍경 ‘신선한 충격’
’09년 파주 모산목장 시작…6회 걸쳐 4천여명 참석
친환경 이미지 부각…소비자 신뢰 구축에 한몫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감미로운 선율이 나지막이 울려퍼진다.
800여명의 관객들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초여름 저녁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도 지휘자의 화려하면서, 때로는 부드러운 팔놀림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지휘봉이 멈출 무렵 일제히 좌석에서 일어나 자신들에게 벅찬 감동을 전해준 오케스트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여느 전문 공연장의 모습이 아니다. 젖소사육 농장이 바로 그 현장이다.
지난 6월1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진주목장(대표 박응규)의 목장음악회를 접한 주민들은 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자신들이 평소 생각해왔던, 가축사육 현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회장을 찾은 한 주민은 “깨끗하면서도 작은 정원과 같은 농장풍경이 음악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여기서 생산된 우유는 더 신선하고, 맛있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목장음악회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축산현장은 냄새나고 지저분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신인 친환경축산추진운동본부 시절부터 목장음악회를 기획하고 주관해온 친환경축산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4일 경기도 파주시 모산목장에서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지금까지 6회에 걸쳐 이뤄졌다. 참석인원만 4천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친환경축산협회 정종극 회장은 “그 파급효과는 단순히 음악회가 열린 목장의 이미지 개선이나 지역사회와의 동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며 “축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 해소는 물론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음악회에 초청된 정관계 인사나 주민대표 대부분이 “요즘은 축산현장이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며 축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표출하면서 적극적인 지지를 자처하고 있다.
농가들에게는 농장환경 개선을 위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23일 경기도 남양주 고센농장의 목장음악회를 도왔던 한 양계농가는 “처음엔 대형농장만의 행사라는 느낌에 거부감도 적지 않았고, 한편으론 헛수고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그러나 막상 음악회를 직접 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접하고 나니 비록 작은 규모라지만 내농장도 보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으로 운영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한계는 있다. 적잖은 예산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행정당국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더구나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음악회의 특성상 개최장소 역시 극히 한정적인데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축산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상목장 선정이 목장음악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도 “이로인해 추진과정에서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목장음악회처럼 친환경축산 실현을 위한 축산업계 자정운동의 기폭제로서, 또 소비자들의 신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만큼 연속성의 확보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만큼 목장음악회와 같은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서 배우는 양돈
돼지 사육체험 등 양돈산업 가치
에듀팜 돼지박물관·돼지문화원, 체험으로 소비자 유혹
‘양돈, 악취·오염의 원인’ 오해 불식 기회의 장으로
양돈산업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외에 별다른 효과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던 게 그동안의 현실. 하지만 환경보호와 함께 함께 ‘삶의 질’ 향상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반면 양돈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면연하면서 더 이상 미룰수 없는 현안과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개장된 경기도 지정 ‘에듀팜’ 돼지박물관(촌장 이종영, www.pigpark.co.kr)은 문화적인 시각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 양돈산업이 냄새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혐오산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월포 4리의 5천400여평 부지위에 대한민국 최초의 돼지박물관과 돼지운동회와 경주, 한 살이를 배울수 있는 벨로드럼 등 3동의 체험관, 유리온실, 그리고 치유정원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체험의 장이다. 돼지를 직접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
6박7일간 돼지를 직접 키워보고 공부하는 돼지체험교실은 특히 주목할 부분.
이종영 촌장은 “돼지도 생명이다. 그렇기에 양돈농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노력할 뿐 만 아니라 안전하게 도축, 가공되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양돈산업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박물관은 개장 이후 파워블로거와 입소문을 통해 참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월 1천500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의 돼지문화원(www.돼지문화원.com) 역시 양돈을 테마로 한 문화와 여가의 공간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레져, 쇼핑, 숙박, 교육을 모두 만족할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70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돼지문화원은 부지 1만평, 건평 1천여평 규모로 전문작가의 돼지그림 갤러리와 돼지학습관 및 체험교실, 치악산 금돈돼지고기는 물론 스페인 전통생햄 ‘하몽’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다양한 유형의 펜션까지 확보하고 있다.
돼지문화원 역시 교육을 통해 양돈산업에 대한 인식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계절이나 각 시즌에 적합한 문화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양돈산업을 접할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설립한 금보육종 장성훈 대표는 “소비자들은 돼지와 문화를 연계시키는 발상이 신선한 충격이라며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친환경육가공품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면서 “1~3차 산업이 융합된 양돈산업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돈문화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컨텐츠와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이종영 촌장은 “양돈문화공간은 소비자들에게 왜 양돈산업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국산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정부로부터 관광농원 지정도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제대로된 기획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에 대한 검증과 제도적 경제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