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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이 없다면

김영길 기자  2012.10.15 11: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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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 창간27주년 제1특집


축산이 없다면 / 우리 식탁은

가상상황이다. 축산물이 너무 비싸다. 서민들은 축산물을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부 부자만이 축산물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축산물이 건강을 해친다는 축산물유해론이 판을 치고 부터다. 국민들이 축산물을 외면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축산물 생산은 점점 움츠러들었다. 급기야 축산이 필요없다는 논리가 고개를 들었고, 결국 축산업은 우리나라를 떠났다. 수입산 축산물이 대체를 해왔지만, 한 때 뿐이었다. 점점 축산물 수입량은 줄었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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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축산물 유해론에 밀려 결국 축산물 자급기반 붕괴

전량수입 대체했지만 축산물 수급난 점점 심화

수출국 식량 무기화에 이젠 ‘金값’된 수입축산물


운동선수 꿈 꾸던 우리 아이 활동량 ‘뚝’ 

발육 더디고 학업성적도 갈수록 떨어져 


# 시나리오 1

뼈·근육 약해진 어머니 살짝 넘어지셨는데 골절사고

마트간 아내 큰 맘 먹고 찌개용 돼지고기 구매  ‘흐뭇’ 


벌써 며칠 째다. 식탁에는 축산물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채소 뿐이다.

나는 괜찮다. 축산물을 먹지 않아도 살만 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걱정이다.

아들은 운동선수를 꿈꿨다. 운동신경도 꽤 있고, 스스로도 운동을 좋아해 한번 해보라고 했다. 성공가능성도 보였다. 그러나 우유, 계란, 고기 등 축산물을 먹지 않으면서 성장도 멈춰버렸다. 

덩치 큰 다른 선수와 경쟁하기에는 키도 몸무게도 너무 작다. 덩달아 성적도 뚝 떨어졌다. 아들은 “고기를 먹으면 힘 날 것같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딸은 연예인이 되려고 했다. 어릴 때는 키도 크고 피부도 매끈했다. 하지만 축산물 섭취가 부족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일단 활동량이 떨어졌다. 목청을 높여야하고 움직임이 많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체력이 달린다. 적극적인 성격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안타깝다.

함께 사는 부모님 건강이 걱정이다. 뼈와 근육이 크게 약해 졌다. 축산물을 못먹어서다. 하루는 그만 넘어지셨는데 뼈가 부러졌다. 그 정도 심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

그리고 바깥에 잘 나가시려고 하지 않는다. 만나도 즐겁지 않고, 그냥 피곤하다고 한다. 집에서 TV만 보고 소일하신다.

아내는 매일매일 식탁 메뉴 짜기가 고민이다. 채소만 가지고는 가족건강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간만에 마트를 들렸다. 망설이다가 고기 한쪽을 집어들었지만, 장바구니에는 쉽게 담지 못한다.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용기를 냈다. 오늘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주려고 한다. 좋아라하는 아이들 모습이 선하다.

가족이 한데 어우러져 고기를 구워먹던 때가 그립다. 아이들, 부모님, 아내 모두 즐거웠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가족들은 축산물을 먹고 힘냈다. 열심히 살았다. 행복했다. 야식으로 족발과 치킨을 시켜먹고 싶다.


가족 동물성 단백질 보충위해 가장들 주말이면 직접 사냥도
온 산을 뒤져도 야생동물 마저 씨 말라…허탕 일쑤

# 시나리오 2
“고기 먹고싶다” 연일 보채는 아이보면 가슴 아파
운 좋게 토끼잡아…고기굽는 식탁 상상하며 행복

나는 사냥꾼이다. 직업은 아니지만, 주말에는 여지없이 산으로 떠난다. 
축산물을 구하기 위해서다. 매일같이 채식으로 연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오늘은 왠지 멧돼지를 잡을 것 같다는 기분좋은 감이 온다. 멧돼지가 아니어도 된다. 토끼, 꿩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바람 정말 크다. 
산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다. 고개를 돌리니 “휴”하는 한숨 소리와 함께 “저벅저벅” 사냥꾼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산을 온통 휘젓고 다녔지만, 기대와는 달리 동물을 구경하기 어렵다. 오늘도 이대로 허탕인가. 산속 동물 역시 씨가 말랐나 보다.
빈손끼리 서로 위안을 해보지만 좀처럼 산을 내려갈 수 없다. 꿈벅꿈벅 애처롭게 바라보는 아이들 눈망울이 아직 선하다. 마음이 휑하다. 
아내는 그토록 채식주의자였지만, 이제는 고기를 기다린다. 매가리 없이 흐느적거리는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운동도, 공부도 바랄 수 없다. 그냥 버티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부모님은 늘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기 맛을 봤으면 하는 간절한 눈빛을 전한다.
결국 산 한바퀴를 더 돌아보기로 했다.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곁에 머물던 다른 사냥꾼들도 한명씩 한명씩 자리를 떴다.
멀리 토끼가 보였다. 그리고 명중시켰다. 다행이다. 기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끼를 때울 정도는 된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벌써 들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지글지글 불 소리가 정겹다. 고기 굽는 냄새에 침이 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할일을 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배가 부르다.


■ 영양사가 말하는 축산물의 중요성… 김 수 경 영양사 (동원홈푸드)

우리 몸 필수영양소 채식만으론 부족 
축산물 빠진 식단?…상상할 수 없죠
남자성인 하루 2천500칼로리 필요
채소로만 불가능…균형있는 섭취를
건강식단, 동물성 단백질 필수요건
축산물, 음식 맛 내는 ‘훌륭한 수단’

김수경 영양사는 채식만으로는 결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원홈푸드 소속으로 안산에 있는 악조노벨인더스트리얼코팅 외국계 회사 구내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영양사는 특히 축산물에는 채소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고품질 단백질과 아미노산, 칼슘, 칼륨 등 영양소가 듬뿍 담겨있다고 했다. “우유를 먹지 않으면 아이들 키가 잘 크지 않잖아요. 우리나라 국민들 체형이 좋아진 것은 축산물 덕이 크죠.”
그는 채식주의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일부층에 한정된 이야기라며,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축산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짜장면을 보세요. 돼지고기가 없으면 무슨 맛이 나겠어요? 라면스프에도, 햄버거 패티에도 축산물은 가득 들어있어요.”
김 영양사는 축산물이 없다면 식단을 짤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요. 고기가 한끼만 없어도 바로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영양사를 교체하라고 난리를 부릴 거예요. 축산물을 뺀 식단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는 영양사라면 당연히 고객건강을 감안한 식단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음식배정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 영양사는 “남자 성인의 경우 하루 2천500 칼로리가 필요하다. 채소를 가지고는 이러한 칼로리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 노인 모두 축산물을 먹어야 합니다. 현재 축산물을 대체할 만한 식품은 없다고 봐요.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건강을 챙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김 영양사는 “한번은 다이어트식이라고 해서 채식 중심으로 식단을 차려본 적이 있다”며 “미리 말을 전했지만, 고객반응은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식사를 하고 나서 한두시간도 지나지 않아 고객들이 “배고프다”고 토로해 참 난감했다고 전했다. 
김 영양사는 솔직히 축산물이 풍성하지 않을 때는 고객얼굴을 바라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며, 축산물에 대한 선호도는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더욱이 채식 식단이랑 비교해도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며 만족도를 끌어올기에는 축산물이 그만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 영양사는 축산물이 빠져있는 식단을 들어보였다. “봐요. 먹을 게 있나요? 나 같아도 젓가락이 안갈거예요.”
그는 또 축산물이 음식 맛을 내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했다. “김치만 넣고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나요. 그러면 당연히 맛이 없죠.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비로소 김치찌개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래요.”
김 영양사는 구내식당이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밥만 먹었다고 하면, 이제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행복지수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산물을 활용한 이벤트가 인기 최고죠. 계란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고, 우유 먹기 게임도 해요. 복날 삼계탕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나 봐요”
김 영양사는 고객들이 많이 먹고, 맛있다고 전할 때 큰 보람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음식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영양사라는 직업이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