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인체약품 타깃 법 개정…창고면적 264㎡ 요구
동약 도매상 대부분이 영세 규모 …88%가 기준 충족 못해
업계 “약사법 개정 통해 해당기준서 동약 제외해야” 주장
동물약품 도매상은 안절부절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난데없이 날아든 창고면적 기준 때문이다.
지난해 3월 30일 개정된 약사법에서는 의약품 도매상의 경우 264㎡(80평) 이상 창고시설을 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규 업체는 이미 지난 3월 3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기존 업체는 2014년 3월 31일 이후 해당된다.
개정이유는 도매상 대형화를 유도해 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유통 효율화와 선진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다. 창고면적 기준이 사라진 이후 도매상 수가 급증했고 영세 도매상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안전사고도 종종 터졌다. 무작정 놔둘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인체약품 이야기다. 약사법 개정 역시 인체약품 도매상에 타깃을 뒀다. 동물약품은 애당초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약사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동물약품이 약사법을 모법으로 하고 있어서다. 결국 동물약품 도매상은 인체약품 도매상 창고기준을 따라야할 처지다.
동물약품 도매상은 인체약품 도매상과 완전 다르다. 대다수 동물약품 도매상은 간판만 ‘도매’를 걸었을 뿐 사실상은 축산농가에 약품을 공급하는 ‘소매’가 주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규모도 인체약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하다.
2008년 창고면적 기준이 폐지되기 전 동물약품 도매상은 30㎡ 이상 창고를 충족하면 됐다. 기준이 부활한 것도 따져볼 만 한데, 거기에다 기존보다 8~9배 더 큰 창고를 둬야 하니 정말 억울할 만하다.
한국동물약품판매협회가 212개 동물약품 도매상을 대상으로 창고면적을 조사한 결과 2012년 말 현재 187개 도매상이 264㎡ 이상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무려 88%다.
더욱이 도매상은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어서 한적한 곳으로 창고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창고를 확대하거나 임대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비용증가를 감당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동물약품 도매상은 커다란 창고를 둘 필요가 없다. 이대로라면 2014년 3월 31일 이후에는 88% 동물약품 도매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법개정이 수 많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축산농가들도 제때 동물약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동물약품 도매상들은 약사법을 개정해 창고면적 기준에서 동물약품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약, 방사선의약품 등은 창고면적 기준에서 예외조치돼 있다. 그렇게라도 안된다면 기존 30㎡으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창고면적 기준은 동물약품 도매상 입장에서 보면 동물약품이 약사법에 묶여있기 때문에 불거진 한바탕 소동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약사법 개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건의해 봤지만 약사법령에 명시돼 있어서 국회의결 없이는 개정이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장기적으로는 약사법에서 동물약품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 하다. 동물약품이 언제까지 인체약품 잣대에 휘둘려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