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소비 위축…한 때 지육 ㎏당 2천원대까지
저능력 돈 자율도태 노력에 일시적 후지 수매비축
잇단 할당관세 수입 반발 초유의 출하중단 위기도
2012년은 10여년간 지속돼 왔던 고돈가시대가 막을 내리고, 저돈가시대가 도래하는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FMD 이후 돼지사육두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재입식 농가들까지 본격적으로 생산에 가담하기 시작한 반면 정부의 할당관세 돼지고기 추가수입에 따른 국산 유통시장 붕괴와 극심한 경기침체속 소비위축으로 추석 직후 돼지가격이 끝을 모르고 추락, 지육kg당 2천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초 돼지가격에서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저능력 모돈감축 및 위축자돈 도태 등 민간차원의 자구대책에 가세, 9월 후지수매비축에 이어 10월부터는 두달간에 걸쳐 도매시장 지육수매비축 사업이 이뤄졌을 뿐 만 아니라 대형마트 할인판매 등 대대적인 소비촉진사업도 펼쳐졌다. 이에 힘입어 돼지가격은 바닥수준을 넘어서며 한때 지육kg당 4천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지만 다시 3천원대로 내려앉으며 양돈농가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는 처지가 돼버렸다.
여기에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9월 돼지사육두수가 1천만두에 육박하면서 FMD 이전수준을 훌쩍 넘어선데다 다소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나 모돈수의 증가세가 이어져 온 만큼 당분간은 저돈가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돼지고기 할당관세 수입은 양돈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급기야 돼지가격이 폭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할당관세 추가수입이 결정되자 전국의 양돈농가들은 천막농성과 함께 일제 출하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행이 양돈업계가 예고한 출하중단 시기 직전 마라톤 협상 끝에 수입물량 대폭 감축과 돈가하락시 비축자금확대 등 정부가 한발자국 물러서면서 사상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수입을 통한 돼지고기 가격 관리 정책이 고착화될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양돈업계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양돈업계에 대한 정책적 압박은 돼지고기 가격관리 정책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지방조례의 가축사육 제한구역 권고안으로 파문을 일으킨 환경부가 공장폐수 수준의 가축분뇨 관리 강화와 무허가축사 폐쇄를 주요 골자로 하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 양돈업계는 전 축산업계와 더불어 결사반대를 주장하며 저지에 나섬으로써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부처 합의를 전제로 법개정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그러나 규제강화라는 정책노선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양돈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민간 합동 조사 결과 일부 업체가 생산해온 백신의 경우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항체형성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던 돼지 FMD백신의 접종 효과 논란이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정부에서는 미접종 농가에 대한 과태료 처분방침을 사실상 취소하는 한편 일부 환급조치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렇듯 2012년은 양돈산업기반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격랑의 한해였다. 더구나 상당수 현안이 매듭지어지지 못한채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만큼 국내 양돈업계에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과제가 던져진 시기로도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