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도 우리 축산업계는 실로 견디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사료곡물가 폭등, FTA 등 국제적인 요인 외에 국내적으로도 사육규제 등으로 축산인들은 늘 불안한 가운데 축산물 가격마저 폭락하는 3중, 4중고를 겪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축산인들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축산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을 10대뉴스로 정리해봤다.
1. 전국 축산인 한마음 전진대회
제18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 창 진행중이던 지난 12월 7일 고양 일산킨텍스에서는 축산인 1만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축산인 한마음 전진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2000년 농축협통합 반대 집회이후 축산인들이 함께 모인 행사로서는 가장 많은 인파였다는 점에서 행사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대선후보가 참석, ‘농림축산식품부 적극 추진’ 공약을 밝혀 축산인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축산인도 ‘하면 한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2. 환경부 가축분뇨법 개정추진
공장폐수 수준의 가축분뇨 관리 강화와 무허가축사 폐쇄를 골자로 하는 환경부의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축산업계는 결사반대를 주장하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 6월27일에는 환경부가 한국마사회 대강당에서 열기로 했던 가축분뇨법 개정 공청회가 전국에서 몰려든 1천500명의 축산인들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 환경부가 축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되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부처간 합의를 전제로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한발자국 물러섰지만 여전히 축산업계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3. 축산물가격 동반하락
올해에는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축종의 산지가격이 동반 하락,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기였다. 농협과 생산자단체들은 저마다 가격안정을 위한 자구대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시장분위기를 바꿔놓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에서는 물가안정을 빌미로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할당관세 수입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추진, 강력한 반발을 샀다. 정부와 마라톤 협상 끝에 철회되기도 했지만 국내 양돈업계는 지난 4월1일 전국 일제 출하중단을 예고, 국민적 우려를 낳기도 했다.
4. 농협중앙회 50년 만에 신경분리
농협중앙회가 50년 동안의 종합농협 체제를 마감하고 2012년 3월2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됐다. 신용사업은 올해 완전 분리됐으며, 유통·판매를 포함한 경제사업은 단계적으로 2015년, 그리고 최종 2017년까지 분리된다.
농협은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자본금 지원과 관련제도 검토 및 대응 미흡, 그리고 농식품부와의 경영개선이행 약정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5. 한우경진대회 16년 만에 부활
전국한우경진대회가 올해 16년 만에 부활했다. 농협과 종축개량협회, 한우협회는 10월30·31일 농협안성팜랜드에서 한우경진대회를 공동 주관했다.
특히 16년 만에 재개하면서 분산됐던 고급육 평가대회와 생축 품평회를 하나로 합쳐 명실상부한 한우인들의 축제장을 만들었다.
경진대회 개량부문 대상(대통령상)은 경기 가평 강재영 농가(신천목장)가 출품한 301번 8산 경산우(2006년 5월27일생)가 차지했다.
6. 한우 2두 최고가 억대 낙찰
‘2012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최고가격에 낙찰된 한우는 전남 영암 푸른농장(대표 서승민)에서 출품하여 최고 영예의 대통령상을 거머쥔 2두로 낙찰가격이 모두 1억3천174만원에 달했다. 특히 출품번호 36번은 지육 kg당 14만4천444원에 낙찰되어 도체중 478kg으로 6천904만원을 받아 종전의 역대(2003년 한우능력평가대회) 최고가격(3천336만원)보다 무려 3천568만원이나 높다.
또 다른 출품번호 35번 한우도 지육 kg당 11만2천원에 낙찰되어 도체중 560kg으로 6천270만원을 받았다.
7. 돼지이력제 시범사업 도입
쇠고기에 이어 돼지고기에도 이력제도가 도입됐다. 돼지이력제는 지난 10월 30일부터 시범사업이 실시한 가운데 전국 16개 브랜드, 427개 농가가 참여했다. 농장은 돼지 엉덩이에 고유 식별번호 6자리를 찍어 출하하고, 도축 역시 돼지들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농장별로 이뤄진다. 등급 판정 후 만들어지는 '이력번호'는 이후 거래단계에서 주민번호처럼 따라다니게 된다. 가공장에서 모든 부분육에, 판매장에서는 식육표지판에 반드시 이 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돼지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8. FMD백신 국내생산 기반 마련
부작용, 항체형성률 등을 두고 FMD백신에 대한 말이 끊이지 않았다. 소용량 포장 등 요구사항도 많았다. 이를 반영, 동물약품 업계에서는 국내생산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국내 백신 메이커들은 SVC라는 FMD백신 컨소시엄을 만들고, 내년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불안불안했지만 결국 내년부터는 FMD백신을 국내 메이커들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원료를 들여와서 시제품을 생산한 것까지 진행됐다. 국내에서 FMD백신을 생산하게 되면 비축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등 유연한 공급이 가능해진다.
9. 정육점서도 햄·소시지 제조 판매
정부는 11월 16일 물가장관회의를 통해 식육판매업 신고만으로도 정육점에서도 햄 소시지 등의 제조 판매가 가능하도록 식육판매업 영업범위를 식육가공품판매업까지 확대키로 했다.
육가공업계는 특히 식육가공품판매업을 신설함에 따라 삼겹살ㆍ목살 등 구이에 적합한 부위의 편중 판매로 인한 기타 식육부위의 과잉재고 문제를 해소하고 고품질 식육가공품 제조를 통한 산업발전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0. 축산차량등록제 시행
‘축산차량등록제’가 지난 8월 23일 전격 시행됐다. 축산관련 시설에 출입하는 차량이 대상이다. 이들 차량 소유자는 차량과 운전자를 주소지 관할 시·군·구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차량무선인식장치(GPS)를 장착해야 하고 소정의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축산차량등록제'를 두고 시각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지난 FMD 공포를 생각하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심각한 국민기본권 침해라며 기존 농장방문 기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