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농가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특히 사육두수 급증이 불황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기업형양돈장에 대한 반감이 일선 현장에 만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자본 뿐 만 아니라 대형규모의 순수 농가로 그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자칫 규모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체지 못하고 있다.
사육두수 급증 주체 지목…한돈협, 양돈진출 규제 건의 추진
양돈농 운영 대형농장에도 내심 반감…규모간 갈등 비화 우려
◆ “불매운동 불사” 강경론 대두
대한한돈협회(회장 이병모)는 최근 기업형양돈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16일 열린 돈가안정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기업형 양돈장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대부분 참석자들은 “전업규모 수준의 양돈농가 사육두수는 크게 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늘었다고 해도 불과 1년만에 국내 전체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정도로 영향을 미칠수는 없다”며 “결국 기업형양돈장이 사육두수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기업형양돈장의 무차별적인 사육규모 확대 추세를 막지 않는 한 어떠한 대책도 근본적인 불황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당장 해당농장을 쫓아가서 집회라도 벌이자는 게 일선 현장의 분위기”라며 “필요할 경우 사료 등 해당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강경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돈협회는 이에따라 조속한 시일내에 사육현황 뿐 만 아니라 법인형태, 실소유주와 운영자등 경영구조까지 파악,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기업자본의 양돈진출 규제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의 한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입을 차단,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게 새정부의 기본 정책”이라면서 “양돈산업 역시 같은 맥락인 만큼 형평성을 감안하더라도 새정부에서는 양돈농가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대형농장 중심 정책”
주목할 것은 드러내놓고 표출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러한 양돈농가들의 반감이 비단 기업자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양돈농가는 “최근 농가 모임에서는 순수 양돈농가 출신이면서 대규모 양돈장을 운영하는 농가들의 규모 확대 추세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 역시 전업규모 이하 농가는 포기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화살은 생산자단체에도 예외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양돈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방관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일부 생산자단체 임원들의 경우 정보수집이 용이한 점을 이용, 자신 농장의 규모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아예 일정규모 이상은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는 농가도 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 “왜 우리한테…”
물론 생산자단체나 해당 임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돈협회의 한 임원은 “전업규모 농가 육성을 꾸준히 정부에 요구해왔고, 각종 정책에도 최대한 반영되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어려운 심경은 이해하지만 개별농가의 사정까지 모두 맞춰줄 수 는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돈협회 지부장출신으로 대형양돈장을 운영하는 한 양돈농가는 “FTA 시대하에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보니 규모도 늘리게 됐다”며 “더욱이 불법도 아니고, 정식 절차를 거쳐 정부 지원을 받은 것 까지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온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대형양돈농가는 “어느 누구도 보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바로 우리들 일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불황의 원인과 책임을 돌리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대부분 양돈인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 최근의 난관을 극복해야 할 시기에 내부 갈등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양돈원로는 “이럴 때 일수록 막연히 감정에 치우치거나, 경제논리만을 내세우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다만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만큼 다른 규모의 농가들간에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불황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