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대표, 모돈감축 장기안목 필요…난색 표출
“모돈수 늘리지 않아…관련 자료제공 협조하겠다”
정부 특단대책 요구도…한돈협, 사료값 동결 압박
돼지가격 안정을 놓고 일부 양돈진출 기업대표들과 생산자단체가 지난 4일 첫 회동<사진>을 가졌다. 양돈기업으로는 하림그룹 산하 (주)선진 이범권 대표와 (주)팜스코 정학상 대표, 이지바이오그룹 산하 이지가족농장 농장사업부 조창현 총괄대표가,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에서는 이병모 회장과 김건호 회장, 정선현 전무이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긴급 조찬간담회 형태로 열린 이날 회동에서 양돈기업 대표들은 한돈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돼지가격 안정사업에 적극 동참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향후 시장전망이나 세부추진대책에 있어서는 일부 시각차를 드러냄으로써 실제 사업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업양돈 얼마나 늘었나
한돈협회 이병모 회장은 기업형 농장들의 사육규모 확대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보니 생산성 향상에 따른 시장 여파도 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자 양돈기업 대표들은 한결같이 모돈사육두수가 FMD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했음을 강조하면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지가족농장 조창현 대표는 지난 2009년 이후 1만1천300두의 모돈 사육규모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팜스코 정학상 대표는 합자형태의 농장 3천두를 비롯해 모돈사육규모가 1만4천500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논산 소재 봉동농장의 경우 지난해 크리마스 직전에 첫배 새끼의 생산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현재 출하두수 증가의 원흉인냥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선진 이범권 대표는 “FMD 이전에 8천500두에 달했던 모돈사육두수가 5천500두로 오히려 감소했다”며 “2만두 정도의 협력농장이 있지만 우리(선진)의 소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돈협회측에 농장 사육현황에 대한 정보 제공에 적극 협력, 오해를 불식시켜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모돈감축 가능할까
한돈협회측의 모돈감축사업 동참에 요구에 대해 양돈기업들은 그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행에는 난색을 표출했다.
올해 도축두수가 당초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아진 생산성이나 사육두수 증가추세가 꾸준히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올해 도축두수가 1천700만두에 육박할 것이라는 한돈협회의 분석에 대해 이범권 대표는 “생산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우리 회사에서는 올 한해 도축두수를 1천550만두로 추정하고 있으며 1천600만두는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학상 대표 역시 “FMD를 겪으며 나타난 생산성 향상 추세가 어느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모돈감축론이 대두되자 양돈기업들은 자돈공급 감축시 위탁농장의 반발이 우려되는데다 협력농장의 경우 어디까지나 자율에 맞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감을 보여온 상황.
양돈기업들이 일단 한돈협회측과 실무협의를 통해 가격안정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해 나간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지만 기업양돈의 모돈감축사업 동참이 이뤄지기 까지 험로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해당기업들이 감축사업에 동의한다고 해도 직영이나 협력농장 등 소유형태, 그리고 인수 및 신축농장의 신규입식 물량 등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멸은 막아야”
이병모 회장은 모돈감축외에 사료가격 동결도 요구했다. 어렵겠지만 상생을 생각하면서 기업양돈에 대한 불만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야 할 시점인데다 4월부터는 오히려 인하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 이에대해 양돈기업들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즉답은 피하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는 현 상황에서는 모돈감축과 같은 중기대책 보다는 정부 차원의 직접 개입을 통해 수매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단기대책이 절실함을 강조, 가격안정 해법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부터 시각차가 존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사육기반이 붕괴되는 공멸사태가 올수도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며, 양측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 일단 공동보조를 위한 첫 발은 내딪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돈협회의 한 임원은 이와관련 “기업양돈이 범 양돈업계의 자구노력을 외면한다면 걷잡을수 없는 수준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늘 회의가 그 절차를 밟아가는 수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