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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주력 대다수 영세상들 ‘시한부’ 직면

■진단/ 동물약품 도매상 이대로 괜찮나

김영길 기자  2013.02.14 16: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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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1. 현실무시한 창고면적 기준

 

동물약품 도매상은 제조(수입)업체와 더불어 동물약품 산업을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특히 양축농가와 직접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그 역할이 꽤나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조(수입)업체와 달리 동물약품 도매상은 여전히 서자 취급받기 일쑤다. 이번 ‘동물약품 도매상 이대로 괜찮나’ 시리즈를 통해 동물약품 도매상 현안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인체약품 도매상과 역할 달라…동일잣대 불합리
88%가 기준 미달…1년 후 집단폐업 현실화 우려

 

집단폐업이라는 말이 결코 허풍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11년 3월 30일 약사법이 개정되고, 그 1년 후 시행되면서 의약품 도매상은 264㎡(80평) 이상의 면적을 가진 창고를 갖춰야 한다. 기존 도매상의 경우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 이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약사법 개정은 순전히 인체약품 도매상을 겨냥한 것이다. 2000년 창고면적 기준이 사라진 이후 인체약품 도매상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안전사고가 종종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사법 개정은 동물약품 도매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물약품이 약사법을 모법으로 하고 있어서다. 억울하다. 특히 약사법 개정 당시 한약·의료용고압가스·방사선의약품은 예외조치돼 동물약품 도매상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 봐도 이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약품 도매상은 2008년 창고면적 기준이 폐지되기 전 30㎡ 이상 창고를 충족하면 됐다. 면적기준이 부활한 것도 따져볼 만 한데, 거기에다 기존보다 8~9배 더 큰 창고를 두라고 하니 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날벼락이 치는 격이다.
동물약품 도매상은 사실상 소매점이라고 봐도 된다. 동물병원 또는 동물병원에 약품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축산농가, 동물약품 사육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한다.
그러니 도도매상이라고 불리는 일부 도매상을 빼고는 인체약품 도매상과 비교해 역할이 다르고 규모가 영세할 수 밖에 없다. 인체약품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실제 한국동물약품판매협회가 212개 동물약품 도매상을 대상으로 창고면적을 조사한 결과 2012년 말 현재 187개 도매상이 264㎡ 이상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무려 88%다.
이대로라면 2014년 3월 31일 이후에는 88% 동물약품 도매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특히 도매상은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어서 한적한 곳으로 창고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창고를 확대하거나 임대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동물약품 도매상의 연간 총 기대수익 200억원 중 35%인 약 70억원의 시설운영비가 추가소요된다고 한다.
결국 대자본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축산농가들은 제때 동물약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동물약품 도매상은 커다란 창고를 둘 필요가 없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법개정이 수 많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동물약품 도매상들은 약사법에서 단서 또는 특례조항을 신설해 동물약품 도매상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 안된다면 기존 30㎡으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공동창고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