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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값 2년째 바닥…의욕 잃어 폐업속출

<취재부> 기자  2013.02.27 15: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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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취재부> 기자]

 

 

축산인 울리는 ‘손톱 밑 가시’ 대책은 없나 / <1>가격 폭락

새정부가 ‘국민 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 비전을 제시하며 그야말로 희망찬 새출발을 했다. 그러나 축산인들은 지금 마냥 행복할 수 없다. 그동안 축산인을 울려왔던 현안들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인을 울리는 가시는 많다. 그 중에서도 우선 당장 축산인을 울리는 3대 가시, 가격 폭락과 육식 유해론, 축산 규제를 차례대로 짚어 본다.

#사례 1
농협중앙회는 지난 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민 행복 채움, 한우고기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농축협 축산물 판매장 300개소, 농협유통 매장, 안심축산물 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최고 35%까지 할인 판매가 실시되고 있다. 농협이 이처럼 한우 고기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은 한우 농가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기 위해서다. 한우 가격 폭락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사례 2
지난 달 24일 경북 청도에서 특별한 돼지고기 판매 행사가 있었다. 돼지고기를 할인 판매하는 것은 여느 지역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특별하다고 하는 것은 판매할 돼지고기를 돼지사육 농가가 1천500만원을 모으고 청도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돼지고기를 헐 값에 판매함으로써 일반 식육점도 가격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또한 돼지고기 폭락에 따른 농가들의 고육지책이다.
여기서 보듯 한우와 돼지가격 폭락이 2년째 계속되면서 축산할 맛을 잃어가고 있다. 가격과 사육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우 2년새 2만5천호 줄어…돼지 적자 지속땐 80%가 도산
수입 증가가 근본원인…공급과잉·소비 위축따른 폭락 불러
가격·품질경쟁력 강화 …생산·유통 인프라 구축 투자 시급

 

한우 다섯마리 중 한마리는 도둑맞은 꼴
우선 한우부터 보자. 한우 600kg기준 한 마리당 가격이 지난 달 22일 현재 430만6천원이었다. 이는 불과 두 달전인 지난해 말 가격 454만원과 비교할 때 23만4천원(5.2%)이 떨어진 가격이고, 2년 전인 지난 2010년말과 비교하면 103만1천원(19.3%)이 떨어졌다. 소를 다섯 마리 출하했다고 가정하면 한 마리를 두 눈 빤히 뜨고 도둑맞은 셈이다.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우 사육농가들의 소 사육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한 통계가 말해준다.
3년 전인 지난 2010년 말 16만6천농가가가 276만2천마리의 한우를 사육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작년 말에는 14만1천 농가가 293만3천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년새 2만5천 농가가 줄어든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우 사육농가수가 10만 이하로 줄어드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우는 특성상 특히 암소 사육은 부업 규모 농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사육농가수가 줄어들 경우 한우 암소 사육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돼지 키울수록 손해 마리당 12만원 적자
돼지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달 22일 현재 도매시장 110kg 한 마리 기준 경매가격이 22만6천원이었다. 이는 두 달전보다 4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고 2년전인 2010년 12월 32만9천원과 비교하면 마리당 10만3천원(31.3%)이 떨어졌다. 돼지 100두를 출하하면 3분의 1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니 양돈농가의 아픔이 오죽하겠는가.
한돈협회에 따르면 이로 인한 한돈 농가의 최근 6개월간 적자액이 마리당 12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돼지 사육농가 80%이상이 도산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돼지 사육 통계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2년 전인 지난 2010년 말 7천300농가였던 돼지 사육가구수는 지난해 말 6천가구로 1천300가구가 줄었다.
한편 닭고기와 계란은 닭고기의 경우 지난 2월엔 지육kg당 3천600원선으로 비교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했으나 1월의 경우는 3천15원 수준에 머물러 어려움을 겪었다. 계란은 폭락세다. 지난 2월 특란 10개당 1천163원으로 1년전 1천519원과 비교 4백원 가까이 폭락했다.

>> 축산물 가격 폭락 원인은
축산물 가격이 이같이 폭락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수입 축산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쇠고기의 경우 지난 2011년 기준 국내산과 수입육 비중은 국내산이 21만6천여톤인데 비해 수입육은 28만9천여톤으로 국내산대 수입이 42.8%대 57.2%다. 쇠고기 수입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 한우 농민이 고통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돈 농가도 비중의 차이는 있으나 수입육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011년 돼기고기 공급상황을 보면 국내산이 61만여톤으로 62.2%, 수입이 37만톤으로 37.8%다. 돼지고기 자급률이 이렇게 낮은 것은 FMD때문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돼지고기 자급률 목표를 80%로 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 돼지사육 농가들의 고통 또한 수입 돼지고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축산물 가격 폭락 원인은 사육두수 증가와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 대책은 없나
축산물 가격 폭락 원인이 수입 축산물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수입을 인위적으로 막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축산농가들이 축산물 시장에서 수입육과 경쟁해서 이기는 길 밖에 없다.
한우 산업은 지난 90년대 중반 품질 차별화 전략으로 첫 고비를 잘 넘겼다. 양돈 산업도 90년대 일본에 돼지고기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 시장 환경은 변하고 있다. 결국 답은 뻔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우리 축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한우산업은 가격경쟁력을, 한돈산업은 품질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생산과 유통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협동조합과 협회간 상생의 노력, 무엇보다 농가의 자구 마인드가 요구된다 하겠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촉진과 함께 수급 조절 노력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