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로 한미FTA 발효 1년을 맞았다. 한미FTA로 가장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축산업의 경우 가축사육두수 증가와 소비부진의 영향으로 축산물 수입이 줄면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2002년 칠레와 처음 FTA 협상을 타결한 후 10년간 47개국과 10개의 FTA를 체결했다. 미국과는 2006년부터 협상에 착수, 8번째로 2012년 3월 15일에 FTA를 발효시켰다. 발효 1년을 맞은 한미FTA에 대해 미국산 축산물의 관세 감축에 따른 수입량 변화와 국내시장의 파급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국내 축산물값 하락…가격우위 어려워 수입 감소
관세 감축률 확대시 돈육·닭고기 악영향 예상
한국형 종축 개발·부분육 상품개발 등 준비를
◆축산물의 수입 변화
FTA 이행 첫해 미국산 축산물 수입은 전년보다 3억달러 감소했다.
FTA 이행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축산물 수입이 감소한 이유는 국내 축산물 가격 하락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 FMD 여파로 축산물 수입이 급증했던 2011년과 달리 국내 축산부문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으로 육류 수입이 크게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축산물 수입 파급효과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산 축산물의 수입량은 대부분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미FTA 발효 전후 1년을 비교할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2만3천톤에서 10만5천톤으로 14.7% 줄었다. 같은 기간동안 미국산 돼지고기는 16만톤에서 12만7천톤으로 21.0% 감소했고, 닭고기 수입량도 8만3천톤에서 4만8천톤으로 41.7%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유제품인 치즈는 3만톤에서 3만2천톤으로 7% 늘었고, 유장은 1만3천톤에서 2만1천톤으로 52.4% 증가했으며, 육가공품인 소시지는 7천톤에서 8천톤으로 3.4% 증가했다.
이처럼 미국산 축산물 수입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FTA 이행으로 인한 관세감축보다는 국내 수급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FTA 이행 첫해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40%에서 37.3%로 2.7%P 인하됐지만, 미국의 광우병 발생과 한우 도축두수 증가(17.4%) 및 가격 하락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감소했다. 2012년 한우 도축두수는 전년대비 17.4% 증가했고, 한우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돼지고기도 FTA 이행보다는 국내 공급량 증가와 국내 가격하락으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했다. 2010년말 FMD 발생 이후 돼지사육두수 감소로 2011년 돼지고기에 대한 긴급할당관세 물량이 수입된 반면, 양돈농가의 적극적인 입식으로 2012년 사육두수는 FMD 이전 수준을 회복한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FTA 이행에도 불구하고 축산물의 관세는 장기간에 철폐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의 가격우위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산과 국내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는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도 전년 대비 8.4% 감소했으나, 광우병 영향을 받은 미국산에 비해 감소폭이 작아 호주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증가한 상태다. 또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가 감축되었으나 한EU FTA 이행으로 경쟁국인 유럽의 돼지고기 관세 또한 감축됨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관세 감축으로 인한 미국산과 유럽산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산 닭고기의 관세 감축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가 낮아진 브라질산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산의 수입점유율은 크게 하락했다.
이같이 단기적인 FTA효과는 이행 첫해에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축산부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쇠고기의 경우 관세 감축 폭이 확대될 경우 국내시장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급육 생산 중심의 시장 차별화 정책으로 한우고기 소비 기반이 확보되어 있어 생산비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관세 감축에 따른 영향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돼지고기, 닭고기의 경우 관세 감축이 확대될수록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돈산업의 경우 종돈과 사료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산 돼지고기의 시장 차별화에 한계가 있으며, 수입 돼지고기와 시장 차별화를 위한 한국형 종축 개발 및 보급 확대 등이 양돈산업의 중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육계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닭고기 생산을 위해 출하중량 증가와 통닭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부분육 중심의 유통체계 구축 및 상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올해 1월 1일부터 한·미 FTA 이행 2년차의 관세감축이 진행됨으로써 미국산 축산물 수입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 감축률이 높아 피해품목 및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감축 폭이 확대될 경우 시장차별화가 부족한 국내산 돼지고기 및 닭고기 등 축산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FTA 피해보전직불금을 통해 피해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TA 국내보완대책에 대한 이행상황 점검과 성과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축산인 의견수렴을 통해 영농현장의 정책수요 파악과 기존사업의 개선, 신규사업 발굴 등 국내대책의 내실화와 성과확산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은 “수입량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2011년과 2012년과의 수입량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보다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정부정책도 농가중심에서 산업중심으로 스펙트럼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