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칠레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
국내시장 잠식가속 미산도 관세 절반 ‘뚝’
양돈업계 “저수익 구조 본격화 되나” 긴장
돼지 한 마리가격이 사료값 수준에 불과한 양돈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범 양돈업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모돈 10% 감축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내년에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생산비 이상의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것도 돼지고기 수입량이 FMD 이전 수준인 20만톤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가정하에서다.
하지만 국내 양돈업계가 기대한 대로 수입시장이 움직여 줄지는 불투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과의 FTA 발효에 따라 내년부터는 관세가 철폐 또는 대폭 인하된 돼지고기 수입이 본격화 되기 때문이다. <표 참조>
지난 2004년 4월 FTA가 발효된 칠레산 돼지고기의 경우 내년 4월부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미국산은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가 8.3%로 인하된다. FTA 발효 1년차인 올해부터(16.6%) 오는 2016년 1월까지 매년 관세가 50%씩 하향 조정되는 것.
이 보다는 관세 인하폭이 적지만 EU산 역시 내년 6월 냉동삼겹살이 17.5%, 그 이외의 냉동부위에 대해서는 10%까지 관세가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미치는 FTA의 충격파가 내년에는 더 커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로 FTA가 처음 체결된 칠레산 돼지고기의 경우 국내 돈육시장에서 엄청난 속도로 그 세를 불려왔다. 지금이야 또다른 FTA 체결국가인 미국과 유럽에 밀려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FTA 발효 이전인 지난 2004년 1만7천365톤에 그쳤던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지난 2009년에는 3만6천303톤에 달하며 두배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증가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다이옥신 파동을 겪으며 한 때 칠레산 수입이 중단됐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칠레산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미국산의 약진. 미국과 FTA 발효 원년인 지난해 국내 수입돼지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산의 비중은 40.3%에 달하며 전년에 비해 1.7%P 상승했다.
반면 FTA가 먼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높았던 EU산의 경우 41.5%로 전년에 비해 그 비중이 낮아졌다.
FTA에 따른 관세변화의 영향력이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정도 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FTA의 영향이 더 큰 폭으로 확대, 돼지가격 안정에 올인하고 있는 국내 양돈업계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양돈농가의 저수익구조가 본격화되는 것은 차지하고라도 당장 돼지가격 안정을 위해 그동안 수입육에 빼앗긴 시장 탈환이 절대 과제인 상황에서 오히려 기본적인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관계자는 “관세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은 수입육 공급가격을 낮추든, 더 많은 마진을 챙기든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국내산 가격 대비 기존보다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구나 독자적인 수입돼지고기 시장이 구축된데다 FMD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우선 대책으로 생산성 항샹과 경영효율 제고를 통한 원가절감을 꼽고 있다. 국내산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저수익구조하에서 농가충격을 최소화할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대책이라는 분석이다.
모돈감축사업을 단순히 적정공급 수준을 넘어 밀사를 방지, 생산성을 높인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사실상 수입육이 독점하고 있는 외식 및 부산물 시장을 되찾아오기 위한 돼지고기 품질향상과 가격변동성 최소화 대책 등 양돈산업 전반에 걸친 대비책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