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따져봐도 ‘부처 이기주의’라는 단어만 떠오른다. 수산용 동물약품의 해양수산부 이관은 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수산용 동물약품이 해수부로 이관되면 보다 전문성 있게 약품관리가 잘될까. 그래서 소비자들은 더 안전한 어류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동물약품 업체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수산’과 ‘수산약품’은 다르고, 해수부는 수산전문가일 뿐 수산약품 전문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이관 때문에 농축산부(농림축산검역본부)를 방문한 해수부 관계자들은 “이관을 1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 형편으로는 도저히 품목인허가부터 출하승인, 약사감시 그리고 각종 제도 등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공동부령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수산용 동물약품의 경우 기존 법과 제도를 활용해 농축산부와 해수부가 함께 쓴다는 거다. 현실적인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궁색해 보인다.
해수부가 수산용 동물약품을 다루기에는 준비가 너무 안됐다. 겉으로는 그냥 남의 떡이 커보여서 욕심부린 꼴이다. 그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당장 품목인허가를 받는다고 할 때, 업체들이 오히려 관련담당자에게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하며 설명해야 할 판이다. 출하승인이라든가 약사감시, 재평가 등 예민한 부문에 부딪히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업체들은 농축산부와 해수부 양쪽을 오가며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농가들에게는 이득일까.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규제 이원화는 결국 원가 인상요인이다. 약품값이 올라가게 된다.
국가적으로는 인력과 예산면에서 커다란 낭비다. 해수부는 이렇게 골치아픈 일을 떠안으면서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 짐짓 1~2년 해보다가 농축산부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토로하는 장면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부처 이기주의에 관련산업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