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구매 5천억·FMD 피해농 2천억 수혈 건의
정책자금 상환 연장…폐업보상으로 퇴로 열어야
1일부터 천막농성 돌입…협상 결렬시 10일 집회
새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집회라는 ‘배수진’ 을 친 양돈업계가 돈가안정대책을 놓고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이병모)는 지난달 27일 대전 유성에서 2차 긴급이사회를 갖고 모두 6개항의 돈가안정을 위한 대정부 건의안과 추후 대응일정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이병모 회장을 단장으로 모두 8명으로 이뤄진 협상단을 구성,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관에게 건의서를 전달한데 이어 지난 1일부터 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한돈협회는 특히 협상결렬시 오는 10일 전국의 양돈농가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돈가대책 재원 ‘1조원’ 필요
한돈협회는 이번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FTA 피해농가에 대한 폐업보상을 요구했다. FTA 여파속 장기불황과 경쟁력 저하로 한계에 도달한 농장에게 파산이전에 퇴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아사직전의 FMD 피해농가에 대한 2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9월이후 생산비이하의 돼지가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1천800여호 FMD 피해농가의 손실액이 총 3천400억, 농가당 1억8천900만원에 달할정도로 상대적 경영난이 큰 만큼 회생기반이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돼지가격 폭락으로 사료회사 여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농가들이 기업들의 주요 사냥대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모두 5천억원의 사료구매자금 추가지원도 건의했다.
특히 사육규모 3천두 이하 농가에 우선 지원하되, 사육규모에 따라 지원한도를 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축사시설현대화자금을 비롯한 각종 정책자금에 대해 돼지가격 안정시까지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3%에 이르는 이자율도 1%로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돈협회는 또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자율 감축사업과 소비촉진노력, 그리고 자연감소분에 불구하고 예상되는 33만두의 잉여물량에 대한 긴급 비축지원도 건의했다.
도축, 가공 및 운반, 창고보관비 지원을 위해 두당 10만원씩 300억원을 투입, 도매시장이 평균가격이 지육kg당 3천500원 이하일 때 수매비축을 실시하되, 전부위를 대상으로 상반기물량는 내년 5월15일까지, 하반기물량은 내년 6월15일까지 비축토록 하자는게 그 골자다.
이밖에 식육가공품 전문판매점 500개소 개설을 위해 3년에 걸쳐 2천억원의 자금을 지원, 부위별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도 이번 건의에 포함됐다.
◆절벽앞 협상…협상 난항 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한돈협회의 요구가 모두 관철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대선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확보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 폐업보상을 제외하고도 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한 축종에 투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FTA폐업보상의 경우 타축종과 형평성을 감안해야 하는데다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절차를 등을 감안하더라도 집회 이전까지 명확한 답을 준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매대책 역시 정부로서는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선례를 남길 경우 모든 농축산물에 걸쳐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불가피할 뿐 만 아니라 설령 수매를 실시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협상카드 제시 가능성도
다만 돼지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며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을 강행했던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로서는 양돈농가들의 줄도산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돈업계의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수도 없을 게 현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면서 정부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는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FMD 피해농가 경영안정이나 사료구매자금 지원, 그리고 정책자금 상환연장 등 일부 요구를 수용하되, 그 지원규모를 대폭 줄이는 수준에서 정부의 협상 카드가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대정부 강경대응 압박에 시달려온 한돈협회 집행부로서는 협상결과에 따라 모든 양돈농가들의 여론적 비난을 뒤집어쓸 우려가 큰 만큼 이번에 요구한 대책 가운데 한가지라도 쉽게 양보할 수는 없는 처지. 이에 양측 모두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속에 밀고당기는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