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폭염속에 예년보다 피해 훨씬 커
재교배분 9월이후 가담시 과잉 심화될수도
돼지도축두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하루 7만두에 육박하던 돼지도축두수는 지난달 6만5천두 안팎으로 줄어들더니 이달 1일 6만2천621두, 2일에는 6만707두까지 감소했다.
양돈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지난 4일 6만3천두를 기록, 소폭 늘어나기는 했지만 최근과 같은 돼지도축두수의 감소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일부 육가공업체들 사이에서는 “돼지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전히 적정수준 보다 10% 안팎의 많은 물량이 도축되고 있긴 하지만 쏟아지는 돼지출하량을 감당치 못했던게 바로 엊그제인데다 이달 역시 비슷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던 만큼 육가공업계가 체감하는 감소폭은 더 클 수 밖에 없는 시장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수태율 저하 예년 ‘두배’
이에따라 돼지가격의 오름폭도 의외로 컸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전국의 돼지가격은 지난 1일 지육kg당 평균 3천548원으로 지난달 29일 보다 289원이 오른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4일에는 3천721원을 찍기도 했다.
정부나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 그리고 현장 양돈인들까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최근의 시장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철 수태율 저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상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폭염과 함께 해가 떨어져도 한낮 기온과 별 차이가 없는 열대야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수태율 저하 현상이 극에 달했고, 이로인해 양돈현장의 이유두수가 크게 감소, 최근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현장수의사는 “여름철만되면 웬만한 양돈장들은 20% 정도 수태율이 떨어지는 게 연중행사처럼 여겨져 왔다”며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보다도 두배 정도 더 수태율이 하락한 농가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재교배에 사용할 충분한 정액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 9월까지 지속된 만큼 수태율 저하에 따른 여파가 이달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돼지가격이 오르면서 출하시기를 조율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도 최근 도축두수 감소의 한 영향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향 언제까지’ 전망 엇갈려
다만 향후 도축두수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
정P&C연구소 정영철 소장은 “지난해 4월 도축두수 역시 각종 사료생산 통계를 적용한 예상물량 보다 7% 정도 적었다”며 “그러나 5월들어서는 예상치 보다 많았고, 6월에는 예상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물량이 도축된 만큼 올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았다. 수태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20일 이후 재교배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만큼 3개월(4~6월) 평균으로 환산해보면 도축두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정P&C연구소는 4월의 도축두수를 144만두, 5월 139만두, 6월 133만두로 전망한 바있다. 반면 지난해 폭염의 여파가 상반기 내내 도축두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됐듯이 예년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모돈의 생산성 저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일부 양돈조합의 컨설팅 담당자는 “지난해 수준의 폭염과 피해라면 재교배가 이뤄진다고 해도 정상적인 수태율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올 상반기 양돈시장은 지금까지 전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반기 ‘화’로 돌아올수도
문제는 하반기다.
일시적으로 줄었다고는 하나 돼지도축두수는 여전히 예년 수준을 상회한다.
이달만해도 하루 6만두 초반대의 도축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총 135만두 안팎(작업일 22일 기준)에 이를 전망이다. 한달간 적정도축두수로 제시되고 있는 120만두와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생산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올 9월 이후에는 공급과잉 사태가 더욱 심화, 2천원대 돼지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제때에 수태되지 못한 모돈에서 생산된 자돈까지 출하에 가담할 경우 오랜 경영난에 허덕여온 양돈농가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키 힘든 시장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시장이 호전되는 추세에 현혹, 감축기조가 흔들릴 경우 하반기 부터는 당초 예상보다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양돈업계는 직시해야 한다”면서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단기대책은 상황에 따라 다소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모돈감축 등 중장기 대책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