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부장(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
‘죄수의 딜레마’라는 경제학 게임이론이 있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 둘을 격리 시킨 후, 둘 다 자백하면 3년형, 한 사람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석방,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종신형, 그리고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1년형에 처해진다며 취조를 한다. 이럴 경우 두말 할 필요 없이 상대를 믿고 둘 다 자백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상대방과 비교해서 이해득실을 따지게 된다. 내가 자백했을 경우 상대방이 자백하지 않으면 나는 석방되고 상대방은 종신형에 처해진다. 상대방도 자백을 한다면 같이 3년형. 밑질게 없다. 하지만 내가 자백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자백하면 혼자 종신형에 처해지게 된다. 속된말로 독박이다. 그래서 함께 자백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다수가 자백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와 유사한 ‘공유지의 비극’ 이론을 하나 더 예로 들자. 마을 앞에 주인 없는 풀밭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 풀밭은 곧 너도 나도 소를 풀어놓고 관리하지 않아 결국 황무지가 되고 만다. 내가 하지 않아도 남이 하게 되면 결국 나만 손해라고 생각해 모두 나쁜 선택을 하고 만다는 논리다.
두 이론 모두 불신과 이기심으로 인해 그릇된 선택을 하는 예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국내 축산업이 처한 위기상황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앞의 두 이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6월 들어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4천원선을 회복했지만 하반기 가격전망은 밝지 않다. 닭고기 또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없이는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란가격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한우 암소 도태, 모돈 감축, 산란노계 도태, 육용 종계 감축 등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과잉으로 야기된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끝이 쉬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쪽에서는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다른 한쪽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다 남이 노력한 과실을 따 먹는 것은 ‘무임승차’보다 더한 ‘차량 뺏기’다.
올해 1분기 통계자료에 따르면 산란계 농가수는 1천200호 남짓하다. 계란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면 중소농가는 경영난으로 버티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산란계산업은 살아남은 소수의 농가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이들 소수 농가마저 무너진다면 수입개방이나 대규모 자본의 공세 등 외부충격에 의해 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른 축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최근 정부는 수급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 등의 문제는 정부가 정책이나 규제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문제 해결을 위한 축산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먼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축산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이미 그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축산물 전반에 걸친 유래 없는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상생 혹은 공멸, 마음먹기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