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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없는데 접자니 철거비용 엄두 안나…진퇴양난”

■ 현장르포/폐업위기 신영부화장을 통해 본 개인 부화장의 현실

김수형 기자  2013.07.22 14: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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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육계 부화장의 폐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가 실시한 전국 부화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닭 전용 부화장 168개소 중 절반 가량이 휴업이나 폐업상태로 나타났다. 30여년간 종계를 키우며 부화장을 함께 운영했지만 현재 폐업위기에 놓여있는 신영부화장 이언종 대표를 통해 산업의 어려움과 발전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계열사 규모 앞세워 시장 장악
판로 없어지며 입지 좁아져
휴업으로 시설물 손상만 늘어
계열사 위주 정책 답답
정부가 농가 퇴로 열어줘야

 

“병아리를 생산해도 판로가 없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신영부화장 이언종 대표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30여년간 종계장과 부화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양계산업을 이끌었지만 계열사들이 초호화 시설을 앞세워 부화장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 종계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언종 대표는 이처럼 존립 위기에 놓인 개인 부화장이 많아지자 이에 따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언종 대표는 “계열사가 부화장 사업에 뛰어들면서 병아리가 아닌 종란 납품을 원하고 있다”며 “계열사가 많은 시장을 점유하면서 일반 농가들은 판로가 없어 마치 마른 하늘에서 비가오길 기다리는 꼴이 됐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계열사가 운영하는 부화장의 시장점유율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계협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개인부화장의 입란능력은 전체 물량의 28.9%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농가들은 지금 커다란 바위 앞에 서서 어찌해 볼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영부화장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지난해 태풍에 의해 부화장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이후 지금까지 휴업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부화장이 휴업상태에 놓이면서 현재 전기도 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태로 방치해놓다 보니 내부 시설물의 손상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폐업을 하려해도 시설 철거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가 안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모든 시장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계열화사업이 정착되는데 있어 많은 지원이 있었던 만큼 업계를 떠나려는 농가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생산자 위주의 정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육계 산업의 정책을 보면 계열사 위주의 정책 일변도라 답답할 따름”이라며 “생산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농가는 생산에 전념하고 계열사는 가공 및 판매에 전념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