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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 가공 해? 말아?…딜레마에 빠진 1차 육가공업계

삼겹살·목살만 팔려…가공할수록 되레 손해

김은희 기자  2013.08.12 10: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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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은희 기자]

 

부산물·후지 판매 안돼 마리당 5만원까지 밑져
휴가·캠핑시즌 맞아 주문 밀리지만 가공 주저
업계 자금사정 불안…육가공업계 어려움 가중

 

더 가공하자니 돈 떼일 것 같고 가공을 안하자니 초성수기 수요처의 삼겹살, 목살 주문 압박이 심하다. 딜레마다. 시장상황이 어렵다보니 1차 육가공업계의 고민이 꽤 깊다. 육가공업계는 최근 휴가와 캠핑시즌을 맞아 삼겹살과 목살 주문이 밀려오지만 더 가공할 수가 없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성수기를 맞아 삼겹살과 목살은 나가는데, 나머지 부위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손익구조가 안 좋고, 돈이 안돌고 있다. 육가공업계의 싸이클은 대동소이하다. 상반기에 돼지를 비싸게 사도 5월, 6월, 7월, 8월에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소위 시기적으로 먹는 시기가 달라졌다. 5월부터가 아니고 최근 7월 29일부터 8월에 반짝 팔리는 정도이다.
육가공업체 대부분은 1월부터 7월까지 수익을 못 냈다. 돼지 한 마리 가공할 때마다 평균 3~4만원을 밑지고 있고, 심하면 5만원까지 밑지고 있다. 그만큼 부산물, 후지, 등심 등이 판매가 안 된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다 현재 돈가에 뒷다리살 가격은 3천300원을 받아도 어려운 상황인데, 최근 2천6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미칠 지경이다.
2차 육가공품의 주 원료육인 뒷다리살이 저평가되다 보니 육가공업체가 고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금처럼 자금회전이 좋지 않을 때 지육과 정육을 거래했다가 돈을 못 받으면 더 큰 낭패를 불러올 수 있으니 돼지를 더 가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상 주말 날씨까지 좋으면 물량을 늘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워낙에 시장이 좋지 않아 삼겹살, 목살만 부족하다고 더 가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목살의 30%는 화농때문에 시장에 나갔다가도 되돌아오고 있고, 두내장은 과거처럼 1만5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많이 받아야 4천500원하는 현실은 더 가혹하다.
육가공업계가 지금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냉장판매에 주력하는 것이다. 9월부터 밀려오는 돼지 때문이라도, 지금은 냉동재고를 가지고 가지 않아야 적어도 큰 손해는 안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나들이철, 휴가철이라는 축복받은 시기라는 점은 누가 뭐래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 판단할 때는 눈 앞에서 수억대의 돈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상반기동안 확인했다. 그래서 고민이다. 아직 어떤 식으로 소비를 풀어야할지 업체들은 판단이 서지 않은 모양새다. 적어도 올해는 부도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육가공업계다.
지금은 돼지를 잡지 않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업계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