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돈가 큰 변수작용…‘공급 과잉’엔 변함없어
올 하반기 돼지도축두수 예측치에 대한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근본적인 공급과잉 추세는 변함이 없다고는 하나 농가와 관련업계의 경영전략과 돼지가격 안정 대책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8월 축산관측을 통해 올 한해 돼지도축두수를 1천630만두선까지 내려잡았다. 올 초 모돈감축사업 추진 당시 정부에 제출한 1천657만두 보다 25만여두가 줄어든 것이다.
농경연의 한관계자는 “실제 도축두수에 따라 전망치도 변동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9월 관측시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한한돈협회 역시 최근 하반기 출하물량 예측치 조정을 통해 올 한해 돼지도축두수가 1천600만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축지수를 감안해 1천680만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 올초 예측치 보다 80만두 정도를 줄여 잡은 것이다.
한돈협회측은 FMD 사태 이전인 지난 2010년과 비교해 올해 실제 돼지도추두수의 증가폭이 당초 예측치 보다 적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올 7월까지 월평균 17만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1월을 제외하곤 2~7월까지 월평균 10만두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1천680만두를 예측했던 정P&C연구소측도 “큰폭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곧 수정치를 내놓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돼지 사육 및 출하에 영향을 미치는 양돈현장의 변수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날씨다. 지난해 여름철 폭염에 따른 수태율 저하와 이에따른 겨울철 자돈생산두수의 감소, 그리고 올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생산성 저하 피해가 예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가격 폭락에 따른 사육의욕의 저하도 주요인의 하나다.
정P&C연구소 정영철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부터 교배를 줄이거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돈사료 비중을 낮추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사료생산량을 감안한 예측치 산출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여기에 경영난에 따른 양돈농가의 각종 동물약품 기피추세 속에서 FMD 사태를 계기로 한 농장비우기의 생산성 향상 효과도 한풀 꺾인 상황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돼지도축두수 예측치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돼지가격 폭락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수정치 역시 3분기(7~9월) 도축량이 월 120만두를 훌쩍 넘어서고 있고, 4분기(10~12월)에는 130만두 후반~140만두 중반을 오가며 돼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지난해 추석이후와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정도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인 만큼 보수적인 농장경영 유지와 함께 지속적인 수급안정대책의 전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각종 통계의 신뢰도를 높여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