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250원 인상 계획서 업체별 220원 이하 조정
인상폭·시기 달리해 가격담합 의혹서 벗어나
우유가격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원유가격 연동제 재검토 또는 장바구니 운운하는 것은 농가와 우유업체의 현실과 고충을 외면한 것으로 색안경은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업체 220원 내외서 인상
국내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달 30일 2천300원 이었던 1리터 백색시유 판매가격을 2천520원으로, 동원데어리푸드도 지난 12일 서울우유 수준인 2천520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매일유업은 리터당 2천350원에서 2천550원으로 200원 인상했고, 남양유업도 2천350원에서 26일 2천570원으로 220원을 인상한다는 공문을 관련 유통점에 보냈다.
또 빙그레도 지난해 1천500억원을 판매해 효자품목으로 자리를 굳힌 바나나 맛 우유(240ml) 가격을 1천200원에서 22일 1천300원으로 100원 올린데 이어 백색시유는 26일 리터당 170원을 올린다는 공문을 대형마트에 통보했다. 이밖에 건국유업 등도 우유소비자가격을 현실에 알맞게 조정할 움직임이다.
이처럼 우유업체가 우유가격을 현실화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누적된 인건비와 전력비·연료비·팩 등 각종 포장재와 주요경비를 반영치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으로 우유소비자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것 아니냐며 바라본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 7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우유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 소비자단체는 원유가격 인상분만 올리라며 맞섰었다. 그런 소비자단체의 논리라면 67개 제조업체가 67개 수원지에서 생산하는 생수가격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산 20여 브랜드 생수원가는 2리터에 200원이다. 그런데 판매가격은 2리터에 800원에서 1천200원으로 원가대비 4~6배로 우유 2.5배 보다 훨씬 높다. 수입 생수 10여종 가운데 프랑스 에비앙은 1.5리터에 1천800원이며, 볼빅은 2천80원으로 품질이 선진국수준인 국산 우유가격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정부 가격인하 압박에 손실 누적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을 결정한 정부 역시 지난달 우유업계의 우유가격 인상에 대한 적정성을 다각도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우유업체가격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여 인상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가격인하를 유도하겠다고 압박했었다.
이러한 정부의 압박은 2008년 이후 5년 동안 계속됐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임금(13%)과 전력비(25%), 경유(12%), 팩(22%)등 제반물가 인상분은 업계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여기에 앞으로 발생할 막대한 손실까지 보상해 주지 못할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우유업계에 원유가격 인상분만 반영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다행히 이번에 제반물가 인상분 일부와 원유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여 경제적으로 쪼들렸던 우유업계의 숨통은 다소 트일 전망이다. 만약 반영치 못했다면 매일 6억1천만원(하루 평균 집유량 575만3천424리터×106원=6억1천만원)씩 연말까지 150일 동안 적체될 손실액 900억원은 업계의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일부 소비자는 우유 가격이 오르면 제과와 제빵업계에서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 국내 탈지분유 출고가격은 kg당 1만2천원 내외로 국제가격 5천원 보다 2배 이상 높다. 따라서 실수요업체는 유제품 원료의 대부분을 거의 직수입한다. 특히 이번에 국내 우유가격 인상으로 국제가격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져 식품업체가 국산 원유를 쓸 이유는 더욱 줄었다.
아무튼 우유업체들은 당초 리터당 250원 내외를 올리려 했던 인상폭을 220원 이하로 낮아졌지만 각사가 인상폭과 시기를 제각각 조정함으로써 가격 담합 의혹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보인다. 만약 담합의혹을 주었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8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던 2010년의 악몽이 재연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국민의 체위향상과 건강에 일조해온 국산 우유와 유제품이 앞으로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그 욕구충족에 나서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