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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제132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툭하면 ‘폐기론’…축산 전문·자율성 실종 위기

신정훈 기자  2013.10.07 1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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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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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법 제132조(축산경제사업의 특례)

①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축협조합장대표자회의에서 추천된 자를 총회에서 선출한다.

②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농협중앙회가 승계한 재산은 축산경제대표이사가 관리하며, 그 재산을 매각하여 취득하는 대금의 관리 또한 같다. 다만 신용사업 관련재산은 그러하지 아니한다.

③ 중앙회의 잉여 인력을 조정하려면 종전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및 인삼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각각 승계한 직원 간에 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등 형평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

④ 중앙회는 축산경제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시행할 때 사업계획의 수립 등 축산경제사업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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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축산특례’ 들어 통합농협법 합헌판결
농협 13년간 ‘132조 없애기’ 지속적 시도

 

◆ 축산업계에서의 제132조는

2000년 6월 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축협과 축산업계의 농협법 위헌 확인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통합농협법이 합헌 판결을 받은 것으로, 2000년 7월 1일 농·축협중앙회 통합의 법적 뒷받침이 됐다.
중요한 점은 이때 헌재가 적시한 기각 사유다. 헌재는 통합농협법 안에서도 축산분야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헌재는 “통합으로 인하여 축협중앙회의 개성이 완전히 몰각되는 것이 아니고, 신법(통합농협법)은 축산부문 특례조항 제132조를 두어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축산부문 조합장대표자회의에서 추천된 자를 회장이 임명(제1항)하며, 기존의 축협중앙회 재산 중 신용사업관련 재산을 제외한 모든 재산은 축산경제대표이사가 관리(제2항)하고, 신설중앙회의 잉여인력 조정 시 농·축협별로 같은 비율을 적용(제3항)하며, 축산사업 계획수립 등 축산부문사업 수행 시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제4항)하는 등 축산부문의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때문에 제132조는 통합농협 안에서 축산조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로 남게 됐다. 이 후 제132조는 농협축산경제 구성원들에겐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으로, 전국의 축협 조합장에게는 협동조합 축산조직의 대표를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자존심으로 여겨져 왔다. 축산단체는 물론 일선 축산농가에게도 제132조는 단순한 법 조항을 뛰어 넘어 농협 내부에서 축산조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상징하는, 말 그대로 특례조항으로 평가받게 됐다.


◆ 농협중앙회서의 제132조는

통합농협이 출범한지 만 13년3개월. 그럼 그동안 농협중앙회 안에서 농협법 제132조는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유지돼 왔을까. 한 마디로 말한다면 13년 동안 제132조는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만큼 농협축산경제도 부침이 많았다.
농협중앙회는 통합농협 출범 이후 유독 제132조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농협에 중앙회장 외 또 다른 선출직이 존재한다는 자체를 못 견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중앙회장이 바뀌어도 그런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시각은 13년 동안 거의 모든 해에 제132조 폐기론, 개정론 또는 축산경제와 농업경제 통합론으로 나타났다. 이런 논리는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앞두고 매킨지보고서로 완성됐다.
당장 농협이 손을 댄 부분은 축산경제대표이사 임기. 당초 4년이었던 임기를 슬그머니(?) 속칭 농정활동으로 국회에서 2년으로 깎아버렸다. 회장이 임명하던 농업경제대표이사나 신용대표, 전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여기에는 선출직인 축산경제대표이사를 임명직으로 전환해 축산조직을 쥐락펴락해보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농협 내에서는 축산경제대표의 선출 및 임명 방식을 다른 부문 대표와 같게 하려는 시도가 거의 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돼 왔다.
제132조에서 보장하는 축산경제의 자율성과 전문성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평가다. 인사문제서부터 사업에까지 농협이 다른 부문과 형평성 또는 다수라는 힘의 논리로 밀어 붙인 결과 축산경제 전반에 걸쳐 브레이크가 걸리기 일쑤였다. 축산경제가 경제사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고정투자를 시작하면 이사회서부터 당장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을 왜 하려고 하냐는 식의 반대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직원들의 인사문제도 마찬가지. 제132조에는 잉여인력 조정 시 같은 비율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아 놨지만, 농협중앙회는 통합농협 출범 이후 딱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적이 없다. 다만 인사문제는 승진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로 나타나기도 했다. 통합 초기 “뒤통수만 보면 축협 출신인지 안다”는 농협 직원들의 발언은 인사차별을 뒷받침하는 유명한 어록으로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제132조는 농협 내부에서 끊임없는 견제와 압박 속에 축산경제를 지켜온 원천이었지만 그 만큼 부침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축산경제대표이사 선출 조항이 주로 공격받아 왔다. 이번에도 농협중앙회 일부 이사들은 지난 5월24일 조직쇄신을 명분으로 중도하차한 다른 부문의 대표들과 형평성을 걸고 넘어 지고 있다. 당시 만해도 농협은 선출직인 중앙회장과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임기 중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왜 축산경제는 책임지고 사퇴하는 사람이 없냐는 발언을 시작으로 제132조 삭제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 배경에는 대표선출조항만 바꾸면 언제든지 축산경제 조직을 농업경제 조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