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준 농학박사 (농협중앙회 축산연구원)
사자성어 중에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있다. 일의 순서가 뒤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대말은 각삭지도(刻削之道)라고 하며 그 뜻은 모든 일은 그 방법을 처음부터 잘 생각해서 시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 한우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축시장에서 경매를 거쳐 거래되는 송아지들은 대부분 생후 6~7개월령에 출장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축산관련제도에는 이들 출장되는 송아지 규격에 대한 공시조건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대다수 한우번식농가의 송아지 매각 시기는 송아지 이유시기와 동일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출장 시기는 곧 이유 시기라는 것은 소의 생리에 적합하지 않은 성장을 유지하게 되고 송아지의 반추위 성장발육을 지연하며, 결과적으로는 출하월령을 장기화하게 되는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근거로는 최근 한우의 고급육 생산을 위한 출하월령이 30.6개월령 이상이라고 하는 부분과 나누어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즉, 늦은 이유는 늦은 거세월령(7~8개월령)으로 이어지고 이는 출하월령까지 비육할 수 있는 사양체계를 호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송아지 때 농후사료 위주의 사양관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일관사육농가의 경우에는 밑소를 직접 생산하고 비육을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양관리에서 이유시기와 조사료의 급여적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외부에 매각하려는 농가의 경우엔 영양가가 높은 농후사료위주의 사양관리를 통해 덩치가 커 보이고 윤기가 흐르는 송아지로 판매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반추위 융모세포의 미성숙과 송아지시기에 이미 대사성질환의 하나인 요로결석증을 초래하기도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셋째, 소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반추위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갖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출하시기를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송아지로부터 육성기에 이르는 송아지 출장시기는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과산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물론 송아지가 처음 태어나 어미젖을 포유할 동안에는 반드시 어린송아지사료에 입을 붙여 초기발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여야 하나 이러한 사양패턴은 젖을 뗀 이후에는 반드시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농가는 많은 양의 농후사료를 이용한 사양관리를 지속하여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넷째, 번식우의 번식효율성 저하로 인한 생산성 저하의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분만 후 약 5~7개월 동안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소의 경우 비유를 위한 최유(催乳)호르몬인 prolactin과 oxytocin을 분비하는데 이는 번식과 관련된 호르몬들과 상충하는 작용을 하고 결과적으로 번식간격을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하여는 미국과 호주 등 축산선진국에서 이미 2000년대 초반 다양한 사양관련 연구과제를 통해 입증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송아지 출장 시기에 관한 한 농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거세우는 사육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거세비육우의 출하월령 감소는 생산비 절감과 사육농가의 경쟁력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여 중장기적으로 약 25~27개월령까지 출하월령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우리 한우산업도 적정한 출장월령을 제시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적정한 월령의 송아지를 출하하여 비육우 사육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고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은 곧 한우생리변화에 알맞은 사양관리를 통해 ‘각삭지도’하는 지혜가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