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낙농산업은 축산업계 전반적인 어려움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유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첫 해로 지난 8월 유대가 리터당 106원이 인상되면서 농가들의 경영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이다. 또한,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들의 경우도 쿼터 인수도시 귀속물량이 20%에서 10%로 줄어 한결 부담을 덜었다.
물론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한 우유 및 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단체와의 마찰로 인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의견차가 여전해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낙농은 할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우려되는 것은 당사자인 낙농가들까지 스스로에 대해 ‘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농가들은 굳이 유업체와 피곤한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생산비가 오르는 만큼을 매년 유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상황이니 스스로 ‘할 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이유로 생산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한다거나 고품질 우유의 생산을 위한 노력이 줄어든다면 과연 우리 낙농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도적인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 낙농업계 숙원인 전국단위쿼터, 집유일원화 같은 문제들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지적되는 환경문제 또한 그렇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1~2년간은 우리 낙농산업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전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 우리 낙농업계는 어쩌면 독이든 사과를 받아든 것인지 모른다.
바로 지금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현재가 아닌 앞으로의 낙농산업에 대해 업계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배는 항구에 닿았을 때 정비를 잘해야 멀고 험한 바닷길을 어려움 없이 항해할 수 있다. 지금 낙농산업은 정박해 있는 배와 같다.
이젠 더 이상 이런 안정된 상황은 오지 않을지 모르고, 이제 항구를 떠나면 지금까지 항해하면서 만났던 그 어떤 파도나 태풍보다 더 큰 시련이 앞으로 닥쳐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항구에 닿아있는 지금이 그 어느 때 보다 우리에겐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