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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열 항체양성률 96%’ 허상인가

발생농 역학 조사서 채혈시기 맞춘 편법접종 사실로

이일호 기자  2013.12.11 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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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채혈검사 신뢰도 추락…방역정책 전면수정 해야할 판


수년간 95% 이상을 유지해 온 국내 양돈농가의 돼지열병 항체양성률. 

하지만 이번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남 사천 양돈농가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해진 시기에 백신접종을 하지 않고도 방역당국의 채혈검사를 통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에따라 방역당국의 채혈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져온 돼지열병 관련 방역대책에 대한 일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는 그간 방역요원의 채혈검사 시기에 맞춰 백신을 접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괄농장의 경우 규모에 관계없이 18두에 대해 채혈을 실시하되, 위축돈 5두와 90~105일령 10두, 번식돈 3두 등에서 채혈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자돈에 대해 40일과 60일령에 의무적으로 돼지열병 백신을 접종토록 돼 있지만 해당농가의 경우 80일이 지나서야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열병 백신접종이 질병 방어가 아닌 정부의 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그간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번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돈군 역시 백신접종을 늦추던 차에 야외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는 “사실 채혈검사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양돈현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사천농가의 경우 재수가 없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천 양돈농가의 해명처럼 80일령이 지나서 모든 돈군에 백신을 접종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채혈검사 두수 정도만 백신을 접종한 뒤 해당돈군에서 채혈이 이뤄지도록 하되, 출하전 백신접종을 통해 도축장 단계에서 이뤄지는 방역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럴경우 채혈대상 두수외에 나머지 돈군들은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2009년 국내 양돈농가의 돼지열병 항체양성률이 95%대에 진입한 이후 2011년 96.4%, 2012년 96.7%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는 그간 방역당국의 채혈검사 결과 자체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한 수의전문가는 “방역당국이 말해온 항체양성률 가운데 과연 허수가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확인해 줄수 없는 처지”라며 “성과에 급급한 방역정책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일수 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혼자 정도야 괜찮겠지’라는 일부 양돈농가의 도덕 불감증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에 따라서는 돼지열병에 대한 방역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일제 실태조사를 실시하되 채혈검사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