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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 여론역풍 우려…양돈농 ‘벙어리 냉가슴’

“지급률·상위등급 감소까지 3중고”

이일호 기자  2014.01.29 10: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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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대부분 생체정산…수취가 추가하락 전망
외면키 어려운 ‘대세’…등급정산 전환시급

이달부터 돼지절식이 의무화되면서 양돈농가들이 동요하고 있다. 절식으로 인해 출하정산시 수취가격 감소가 우려되지만 여론의 역풍을 감안,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끓이고 있는 것이다.
전남의 한 양돈농가는 “최근 도축장으로부터 절식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그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별도의 출하대기사 없는 소규모농가의 경우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데다 생체정산 방식하에서 이전보다 수취가격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어 주변 농가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생산자단체에서는 절식에 따른 농가의 생산비 절감액은 모돈 200두 농장기준(MSY 20두 기준) 연간 360만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생체정산시 수익감소액은 그 3배에 가까운 1천만원을 상회한다는 분석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관련 경기도의 또 다른 양돈농가는 “장기불황으로 육가공업계의 지급률 인하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도체등급판정기준 개정에 따라 상위등급 출현율까지 하락, 똑같은 돼지가격이라도 농가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실정”이라면서 “그런데 절식의무화로 인해 그나마 더 줄게 됐다. 가뜩이나 돼지가격도 안좋은데 농가들의 심경이 어떻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규모가 큰 농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의 한 양돈농가는 “돼지도체등급기준 개정이후 보다 우수한 등급을 받기 위해 돈방별 출하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면서 “절식을 위해서는 출하 대상이 아니더라도 어쩔수 없이 굶겨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양돈현장의 이러한 분위기를 표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돼지고기 품질을 비롯해 위생이나 환경, 그리고 국내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절식의 필요성을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생산자단체 역시 농가 입장만을 내세울 경우 강력한 여론의 역풍으로 되돌아 올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면서 선뜻 나서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생산자단체의 한관계자는 “자칫 국가경제와 소비자는 생각치 않은채 집단의 이익만 앞세우는 조직으로 낙인찍힐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럴 경우 기업자본의 양돈산업 진출 규제, FMD 백신접종 개선, 사료가격 현실화 등 양돈산업을 뒤흔들 각종 굴직한 현안에 대해 어느 누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겠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양돈업계 일각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생체정산이 아닌 등급별정산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 당장 애끓는 속을 풀어줄 뚜렷한 해법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서 양돈농가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절식에 따른 수취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양돈현장의 반발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