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축복받지 못하는 생명, 육우 송아지
육우 송아지 적체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 문제의 심각성은 수차례 지적됐고,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육우의무자조금 거출을 앞둔 시점에서 육우산업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봤다.
수컷이란 이유로 애물단지 전락
1월 초유떼기 산지가 1만4천원
유통업자도 보름이상 키워야 가져가
2014년 1월 평균 초유떼기 수송아지의 산지가격은 마리당 1만4천원이다.
평균 시세라고 하지만 현실은 거저 줘도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낙농가의 입장에서는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부담스럽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1주일간 먹여야 하는 사료비도 부담이 될 정도다. 요즘에는 유통업자들도 낙농가들이 최소 보름이상을 키워나야 수송아지를 가져간다.
강원도 한 낙농가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해보았다.
요즘 괴롭다.
마땅히 기뻐야 할 일이 있음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목장에서 기르는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한 마리 낳았다. 어미 소도 건강하고, 갓 태어난 아기송아지도 건강하다. 하지만 태어난 송아지가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낙농가는 가슴한구석이 답답하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낳는 것 마다 수컷이다.
우유를 먹는 힘이 넘쳐난다. 무척 건강한 놈이다.
육우 송아지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초에 돈은 기대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렇다. 공짜로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 당장은 가져갈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쩌란 말인가. 이러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녀석이 먹어대는 우유와 사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갈 곳 없는 이 녀석은 이런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만 나타나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온갖 아양을 떨어댄다.
한참 동안 녀석을 바라본다. “미안하다. 난 네가 태어난 것이 기쁘지가 않구나.”
목장에 하나 둘 늘어가는 수송아지를 바라보는 낙농가의 심정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