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의 위세가 벌써 3개월 이상 지속되며 향후 돼지가격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양돈농가는 물론 돼지고기 수입업체들까지 PED 발생현황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생기간 최소 2~3% 자돈감소 추정…공급난 심화
올해 돈육수입 무관세 원년…수입증대 빌미 우려도
◆자돈폐사 얼마나
몇 개 농장에서 PED가 발생했고, 자돈폐사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 법상 3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돼 PED 발생농가에 대한 확인이 전적으로 방역기관에 대한 신고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더구나 PED 발생농가의 경우 각종 불이익을 우려, 신고나 발생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 겨울 PED 발생양상과 양돈농가나 현장수의사들이 전하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지난 3개월 동안 생산된 자돈의 약 2~3% 정도의 폐사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한돈협회가 양돈농가와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PED 발생현황 조사에서도 각 지역에 따라 1~5% 정도의 자돈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PED 발생과 여파는 회사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 관심사”라면서 “거래농가를 대상으로 현황조사에 나선 결과 지난해 11~12월과는 달리 올 1월들어 대부분 농가들이 PED의 영향을 받으며 무려 20% 정도의 자돈이 폐사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생각이상으로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조짐은 사료생산량에서도 짐작해 볼수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자돈사료 생산량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PED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1~12월 자돈구간(젖먹이, 젖뗀구간) 사료생산량은 30만2천톤으로 소폭이긴 하지만 전년동기(30만2천205톤) 보다 줄며 감소세로 반전된 것이다.
사료업계의 한관계자는 “1월의 사료생산량이 아직까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전년에 비해 적어도 15%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사료생산 추세에 대해 “지난해 범양돈업계 차원에서 이뤄진 모돈감축 사업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모돈감축이 후보돈 입식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로 이뤄지면서 그 파급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날 수 도 있음을 감안할 때 PED가 자돈사료생산량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돼지가격 영향 클까
PED가 돼지출하량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경우 늦어도 오는 5월부터 그 세력권에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돼지가격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연중 최고가격이 형성되는 시점에 그 영향이 집중되는 셈.
정P&C연구소에서는 오는 6월 돼지가격이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박피기준 지육kg당 5천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았다. 정부 역시 이보다는 낮지만 이시기의 돼지가격이 탕박기준 4천500~4천700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박피로 환산할 경우 5천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 앞서 언급데로 PED로 인한 자돈폐사가 2~3%만 된다고 해도 돼지출하량이 더욱 감소, 일정기간 동안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에서 제시한 상한선을 훌쩍 넘어서는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서 또다른 공급감소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실제 가격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요동치는 농축산물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주장이다.
정P&C연구소 정영철 소장은 “올해 우리 연구소에서 내놓은 가격전망치도 다분히 보수적으로 산출한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PED의 피해정도라면 양돈시장에 미칠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농가도 “달갑지 않다”
문제는 원료육 구입부담이 커질 육가공업계 뿐 만 아니라 양돈농가 입장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결코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돈가 상승과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수입 증가로 인해 작년 보다 소폭 늘어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국내가격이 일정수준이상 오를 경우 예상을 뒤집는 돼지고기 수입 급증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FTA 일정에 따라 칠레산 전부위와 미국산 냉동육에 대해 0%의 관세가 적용되는, 사실상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의 원년이라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PED 피해가 없는 양돈농가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는 “솔직히 돼지가격이 오르는 데 싫어할 농가가 어디있겠느냐”면서도 “다만 유통이나 소비자들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몇 달 좋다가 그 끝을 기약하기 힘든 시련이 올수도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FMD 사태당시 무관세 수입을 강행했던 정부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국내 양돈업계를 압박해 올 것으로 보여 PED가 가져올 후폭풍에 양돈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